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평화, 미래를 만나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차 평화 대화 이후 참가자가 작성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5]
“청년의 자리에서, 평화를 말하다”
이다빈 (백석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지난 7월 1일, 5회차 평화 대화가 진행되었다. 이번 대화는 <한반도 평화 만들기, 나의 역할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 속에서 개인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국제개발에서 찾은 평화의 길
먼저, 특별 순서로는 UN아프리카경제위원회 경제담당관인 권태운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국제개발 현장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권태운님은 자신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함께, 국내외로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하고 쌓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국제개발이라는 분야를 통해 대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 활동으로 진로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청년들에게 미래를 위한 방향성과 동기를 심어주었다. 이로써 참가자들은 평화를 위한 진로와 역할에 대해 한층 더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권태운님의 이야기는, 평화를 향한 길이 단순한 이상이나 거창한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선택과 실천 속에서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는 ‘현실의 여정’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다.
같은 제시어, 다른 시선
두 번째 순서는 ‘인간 석상 만들기’ 활동으로, 조별로 제시어를 해석하고 신체를 활용해 하나의 장면을 구성하는 창의적 표현 활동이다. 각 조는 각각 ‘평화적 두 국가’, ‘적대적 두 국가’, ‘평화통일’이라는 제시어를 부여받았다. 이 동일한 주제를 바탕으로, 조마다 전혀 다른 관점과 해석을 통해 평화를 다채롭게 풀어냈다. 어떤 조는 희망과 연대를 중심으로 평화의 이상을 형상화했고, 다른 조는 갈등과 외부 개입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긴장 구조를 표현했다. 또 다른 조는 소통과 감정을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이 활동을 통해 우리는 평화가 고정된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해석의 관점에 따라 무한히 확장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 살아있는 담론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축의 역할
세 번째 순서에서는 조별 토론이 진행되었다.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정부, 국제사회, 시민사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각 조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뒤 전체 공유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고생각을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대북정책과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 그리고 책임 있는 남북 간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어서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국의 공여국으로서의 외교적 역할 확대와, 다자 협력을 통한 대화 재개와 평화 정착 지원의 필요성이 함께 논의되었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었다. 북한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며, 더불어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평화 담론의 확장이라는 역할도 강조되었다.
이번 논의를 통해, 정부나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역시 평화 실현의 핵심 축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평화를 추상적이고 먼 개념으로만 여겨왔던 나에게, 이번 토론은 평화가 개인의 관심과 실천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는 현실적 과제임을 자각하게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반도 평화의 조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감당할 것인가
다음 논의에서는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사회가 감당해야 할 다양한 부담과, 이에 대한 개인의 수용 의사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참가자들은 재정 지출, 노동력 재편, 제도적 충돌, 안보 공백, 문화적 차이 등 복합적인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고, 비용의 규모보다 사용 방식과 사회적 투명성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는 금전적 부담이나 문화적 불편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북한산 물품 소비, 언어·문화 학습, 안보 분야 참여에 대한 실천 의지도 제시되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명확한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결국 평화는 이상적인 가치나 희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떤 부담을 감수하고 책임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제도적 통합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이는 평화가 구조의 문제이자 관계의 문제이며,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상호이해와 사회적 연대를 향한 집단적 의지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될 우리의 평화 이야기
마지막으로 ‘평화를 나의 전공, 일, 관심사와 연결해 본다면, 현재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참가자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거창한 실천이 아닌,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작고 일상적인 노력들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나 역시 평화를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닌, 작은 관심과 일상의 실천에서 비롯되는 태도로 이해하게 되었고, 청년으로서 그 출발점에 작은 목소리를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한반도 평화 대화를 통해 평화는 더 이상 무겁고 먼 이야기로 느끼지 않게 되었다. 거창한 선언이나 거대한 구조 변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맺는 관계와 태도가 평화의 시작임을 점차 체감하게 되었다. 평화는 제도나 정책만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오해와 거리감을 좁히고, 갈등 상황에서도 대화를 지속하려는 의지와 태도에서 비롯된다. 단절과 혐오가 익숙해진 이 시대에, 평화는 단순히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이해와 타인을 향한 존중, 그리고 관계 속 실천으로 드러나는 감정이다.
우리는 거대한 변화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실행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평화의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한 일상의 축적이야말로, 언젠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더 넓은 미래를 향한 작지만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