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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3]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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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5-06-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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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평화, 미래를 만나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차 평화 대화 이후 참가자가 작성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3]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분단'


정예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지난 6월 4일, 3회차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가 열렸다. 세 번째 대화는 <분단, 과연 나의 삶과 관련이 있는가?>라는 큰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우리는 자기소개를 하며 간략하게나마 내 삶과 분단, 평화가 어떤 접점을 갖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의 대화에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를 넘어선 개인, 사회의 다른 면면들과 분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분단과 나의 삶

특별순서로 더블린 출신 Andrew의 짧은 강연이 있었다. 그는 아일랜드/북아일랜드 분단의 역사를 소개하고, 자신이 그것과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분단엔 한반도보다 더 오랜 역사가 있다. Andrew는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데, 두 지역의 국경은 한반도처럼 무장된 것이 아님에도 그는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북아일랜드에 열 번도 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 진영의 갈등도 쉬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는 얘기를 전하며,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질문을 공유해주었다. 가령 이런 것들, 스포츠는 평화 교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종종 범죄 혐의를 받기도 하는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들의 행사와 의식은 과연 정당한 정체성의 표현인가,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인가? 그는 한국과 아일랜드가 많은 유사성을 공유하면서도 또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호 학습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음을 언급했다.

분단을 체감하기

이번의 대화를 시작하며 간단한 몸풀기 질문 두 가지가 제시되었다. ‘나는 평소 남북 분단을 어느 정도로 체감하는가’, 그리고 ‘한반도 갈등이 고조될 때 나는 얼마나 위험하다고 느끼나?’ 0~25, 25~50, 50~75, 75~100으로 나뉘는 구간에서, 두 질문 모두에 대해 다수 참여자는 25~50, 50~75를 선택했다. 꽤 많은 참여자가 0~25를 선택하기도 했다. 75~100가 소수였는데, 100에 가깝게 분단을 체감하고 있다는 참여자는 남북 분단이 비단 군사분계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문화, 언어 등의 차이도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군대 경험이 있는 남성이라면 분단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반도 갈등과 위험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분단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 긴장이 너무 오래되고 반복되어 무뎌진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많은 참여자들이 공감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분단되지 않은 사회, 갈등의 긴장이 없는 한반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잔잔한 긴장이 깃들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위험을 크게 느낀다고 답한 참가자들은 특히 윤석열 정부 때 적대적인 남북 관계로 인해 경험한 일들로 인해 그 위협감이 컸다고 답했다. 반복되는 대북 전단 살포, 그에 대응해 날아오는 오물 풍선 등을 보며 위험을 느꼈고, 어쩌면 남북 충돌의 씨앗을 남한이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다르게 분단을 체감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분단 상태

이어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한반도의 분단 상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뤘다. 한반도는 일시적으로 분단되어 있는가? 이미 남북은 두 국가이고, 따라서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며 통일을 위한 노력을 명시하고 있는 한국 헌법은 개정되어야 하는가? 이 토론은 스펙트럼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85% 정도 항구적 분단에 가깝다는 입장을 택했다. 72년의 분단으로 인해 두 국가는 하나의 체제로 통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오히려 두 국가임을 인정하고 평화를 모색하는 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72년이라는 시간이 더 긴 시간의 지평에서는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원과 항구는 생각보다도 더 무겁고 거대한 말인지도 모른다. 항구적 분단에 가까이 서 있던 참가자도, 일시적 분단에 가까이 서 있던 참가자도 통일 지향이라는 이상과 복잡하게 얽힌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사이를 넘나들며 평화를 그리는 태도다.

분단의 지속, 분단과 갈등

남북분단 상태를 지탱하는 내부적 외부적 요인은 무엇일까. 내부적 요인으로는 군사주의 문화, 남북 간의 불신, 경제적 부담, 레드 콤플렉스와 반공주의 문화 재생산, 왜곡된 인식과 무관심 등이 언급됐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요인과 남아있는 냉전 구조, 역사 해석의 차이와 청산 부족 등이 제시됐다.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인 현 상황 자체가 내외부적으로 분단을 계속 지탱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분단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은 열거하려면 끝없이 할 수 있을 듯한데,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그만큼 쉽게 생각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단 상황은 한국 사회의 여러 사회 정치적 갈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것이 분단 상황으로 인한 병역문화, 그것에서 비롯된 문제들이었다. 군대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는 남성성 중심의 문화, 권위주의적 태도 등이 팽배하다. 그로 인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혐오 문제가 발생한다. 또 분단 상황은 우리의 사회적 역량과 에너지를 그곳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다른 문제 해결에 힘을 쏟기 어렵게 한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번의 대화에서 분단은 복합적이고 복잡하게 우리 사회에 침투해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대화를 마치고 김성경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듯, 우리는 이 분단의 문제를 여러 요소와 엮어 보며 그 상호 연관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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