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박 이고리와 타찌야나 가족 이야기 - 우크라이나 고려인 긴급 지원사업(4)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3-05-11 17:14
조회/Views
7048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 고려인 동포 대상 긴급구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구호 물품이 고려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박 이고리(Пак Ігор)씨와 타찌야나(Пак Татьяна)씨 가족을 통해 전쟁을 직접 겪고 있는 현지 고려인 동포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은 박 타찌야나씨가 전하는 이야기 입니다.




(사진: 박 이고리씨와 박 타찌야나씨 가족)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후원하기 (링크)


전쟁 발발 후 2주가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제가 사는 마을에 심한 폭격 소리가 울렸습니다. 이에 남편이 혼자 남아 집을 지키고, 저는 두 딸을 데리고 숲으로 피신하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주 후, 남편과 통화하는 중에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현관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다음 날, 남편은 무너진 집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제 남편 박 이고르는 과거 소련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후손입니다. 1982년 우즈베키스탄 치르치크 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이주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하르키우(하리코프) 주의 르찌쉐브 마을에 정착했고, 온실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습니다. 한번은 남편이 부모님과 함께 하르키우 주의 그라코보 마을에 사는 제 친척을 찾아왔습니다. 마침 저도 그곳에 잠시 머물고 있던 터라 그때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우리는 결혼했고 두 딸을 낳아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어느덧 큰 딸은 18살, 둘째는 12살이 되었습니다.

이고르는 매우 부지런하고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게 누구든 자신을 아끼지 않고 도왔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을 중요하게 여긴 남편 덕에, 우리 가족은 항상 남편의 다른 가족과도 가깝게 지냈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금도 그들은 제게 듬직한 버팀목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사진: 폭격으로 파괴된 이고리와 타찌야나씨의 집)

하지만 전쟁은 이런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이고리의 사망 소식을 들은 날, 마치 제 인생도 함께 끝난 것 같았습니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다시 절망에 집어삼켜지는 기분이 듭니다. 남아있는 딸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보지만, 남편과 집을 잃은 상황에서 앞으로 삶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현재 저는 딸들과 함께 파괴된 마을을 떠나 하르키우 시로 피신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하르키우 시로 넘어온 후 우리 가족은 한국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아사달을 통해 보내주신 구호 물품을 네 번 받았습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내주시는 식료품과 위생용품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따로 지내고 있는 남편의 부모님도 하르키우 시로 피난 와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긴급구호 물품을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고려인들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다른 고려인들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후원하기 (링크)

전체 1,441
번호/No 제목/Title 작성자/Author 작성일/Date 조회/Views
공지사항
[알림]<20기 씨티-경희대 NGO 인턴십>에 우리민족이 함께 합니다~
관리자 | 2025.11.10 | 조회 1347
관리자 2025.11.10 1347
공지사항
[함께읽기]유현초 선생님의 평화축구교실 후기 - "평화적인데, 재미있어요!"
관리자 | 2025.10.31 | 조회 4394
관리자 2025.10.31 4394
공지사항
[함께읽기][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22) 이름 부르기, 그리고 새로운 관계 만들기
관리자 | 2025.10.27 | 조회 5982
관리자 2025.10.27 5982
공지사항
[스토리]유현초등학교 4학년 평화축구교실을 마치고~
관리자 | 2025.10.20 | 조회 7912
관리자 2025.10.20 7912
공지사항
[스토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30주년 준비 정책토론회를 마쳤습니다.
관리자 | 2025.10.01 | 조회 10609
관리자 2025.10.01 10609
공지사항
[알림][2025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결과보고서] 미래는 어떻게 평화를 만났을까요?
관리자 | 2025.09.16 | 조회 11430
관리자 2025.09.16 11430
1275
[알림]참여신청 - 정전 70년 기념 정책토론회
관리자 | 2023.09.05 | 조회 10375
관리자 2023.09.05 10375
1274
[알림]개성탐구학교[경기도]가 개강합니다! (20명 선착순 모집)
관리자 | 2023.09.04 | 조회 7372
관리자 2023.09.04 7372
1273
[스토리]“군비통제(arms control)” 논의를 두려워하지 말라 - 제77회 평화나눔 정책포럼
관리자 | 2023.08.30 | 조회 7387
관리자 2023.08.30 7387
1272
[함께읽기](워싱턴포스트) 미국이 북한에 양보해야 하는 이유
관리자 | 2023.08.16 | 조회 6073
관리자 2023.08.16 6073
1271
[알림]제77회 평화나눔 정책포럼 <한반도 안보 위기와 남북관계 전망>(8.29 화)
관리자 | 2023.08.16 | 조회 6919
관리자 2023.08.16 6919
1270
[스토리]한국어 선생님과 제자의 만남! 고려인 한글문화센터 수강생의 한국 방문
관리자 | 2023.08.16 | 조회 6776
관리자 2023.08.16 6776
1269
[스토리]내 손으로 만드는 식물 도감! - 다산생태공원 탄소중립 체험학습 및 역사기행 후기
관리자 | 2023.08.14 | 조회 6335
관리자 2023.08.14 6335
1268
[스토리]우리민족 경기지부 네모상자 강사단, 초등학생 및 학부모 대상 탄소중립 교육 진행
관리자 | 2023.08.01 | 조회 6230
관리자 2023.08.01 6230
1267
[캠페인]댄 리프 前 부사령관, “평화협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 단계”
관리자 | 2023.08.01 | 조회 5877
관리자 2023.08.01 5877
1266
[캠페인]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관리자 | 2023.07.27 | 조회 5402
관리자 2023.07.27 5402
1265
[스토리]♬ 평화를 원해~ 그 어느 곳이든 다시는 전쟁 없길 바래~ 7.22(토) 평화대회 참여 후기
관리자 | 2023.07.26 | 조회 6384
관리자 2023.07.26 6384
1264
[스토리]백두산 천지에 다녀왔습니다
관리자 | 2023.07.18 | 조회 6097
관리자 2023.07.18 6097
1263
【참여 신청】 정전 70년 국제 심포지엄 - 휴전에서 평화로
관리자 | 2023.07.13 | 조회 4499
관리자 2023.07.13 4499
1262
[알림]7.22(토)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대회 – 서울광장에서 만나요!
관리자 | 2023.07.12 | 조회 7073
관리자 2023.07.12 7073
1261
[알림](북민협 성명서) 정부는 평화적 통일에 기반이 되는 인도적 대북협력을 적극 추진하라!
관리자 | 2023.07.07 | 조회 6847
관리자 2023.07.07 6847
1260
(기고) 통일부는 대북지원부? 지원과 교류협력 위한 역할 여전히 중요하다
관리자 | 2023.07.05 | 조회 4203
관리자 2023.07.05 4203
1259
[스토리]경기김포교육도서관, 한글 도서 3만여 권 기증
관리자 | 2023.06.28 | 조회 6205
관리자 2023.06.28 6205
1258
[스토리]“친구를 칭찬해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현초 3학년 평화축구 마무리
관리자 | 2023.06.28 | 조회 5642
관리자 2023.06.28 5642
1257
[스토리]울란바토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야기하다
관리자 | 2023.06.28 | 조회 5944
관리자 2023.06.28 5944
1256
[스토리]정전 70년, 민간 남북협력사업을 재조명하는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관리자 | 2023.06.23 | 조회 6099
관리자 2023.06.23 6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