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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평화를 배우지?' - 계수초 선생님의 평화축구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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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5-04-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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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평화를 배우지?'


계수초등학교 교사 하혜원


‘평화 축구’? 참으로 생소한 조합이다. 단체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니 무슨 자선활동 기념 체육행사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축구대회를 여는 것인가? 그야말로 이기고 지고가 명확한 축구라는 경기에서, 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도 치열하게 벌이는 축구 경기에서 평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승패가 결정되고 순위가 매겨 지는 경쟁적 활동은 자칫 과정이 결과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이러한 경쟁적 활동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보다 협력적이고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3, 4학년이 평화 축구라는 활동을 했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으며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었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무척 궁금했다. ‘평화 축구’가 도대체 무엇일까?

첫날, 세 분의 선생님이 오셨고 구령대에서 아이들과 동그랗게 자리하였다. 한 켠에는 커다란 안내판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존중, 책임감, 신뢰, 공평과 포용’이라고 적혀있었다.

‘아하!’

몇 장의 그림을 함께 보면서 그림이 어떤 장면인지,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혀 있는 다섯 가지 가치들에 하나씩 다가갔다. 첫날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할 이야기가 많은 10살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냈고 강조되었던 존중은 저만치 도망을 갔다. 이럴 때 담임선생님은 무척 부끄럽다.



첫 번째 놀이. 선생님이 숫자를 말하면 그 수만큼 아이들이 만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저 OO랑 안해요.”라고 말하는 아이, 짝을 찾지 못해 토라진 아이, 그래서 그 친구를 원망하는 아이까지. 이래서 어디 평화를 배울 수 있을까?

드디어 축구.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팀을 나누어보라고, 가위바위보는 안된다는 조건이 주어졌다. 가위바위보가 언제나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던 아이들에게 이 조건은 매우 큰 장애물이었다. 문제 상황이 생기면 대화를 해야한다고 큰 소리로 대답하던 아이들은 축구를 잘 하는 친구와 한 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팀을 어떻게 짜야할 지 허둥대었다. 결국 목소리 큰 몇 명에 의해 어찌어찌 팀이 짜여 졌고 팀을 구분하기 위한 팀 조끼를 누가 입을지 물어보는데 모두 상대팀을 가리켰다. 귀찮고 덥다는 이유에서였다.

‘3월 한 달 나의 가르침은 모두 헛된 것이었구나.’

이제 부끄러움을 넘어 좌절감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팀 이름과 골 세러머니를 정하고 득점을 하면 함께 모여 골 세러머니를 하고, 모든 아이들이 선수로 뛰는 것이 아니라 2명의 교대선수를 두고 경기 중에 아이들끼리 서로 교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주어진 룰이었다. 상대팀과 경쟁하는 운동이지만 팀 안에서는 서로 협력하고 기회를 나누며 응원과 격려하는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 평화 축구의 차별성이었다.

‘아하!’

우선 축구에 자신이 없는 아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에 소극적인 아이가 첫 교대선수가 되었다. 이후에는 선생님의 계속된 독려에도 몇몇의 정해진 아이들만이 친구와 교대를 해주었다. 축구를 좋아하고 승부욕에 불타는 아이들은 절대 교대를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4:4 경기가 5:4, 6:5 경기가 되어 있었다. 상대팀이 득점하여 골 세러머니를 하면 상대편에 한 명이 더 많았다며 억울해하고 우리편에 누구 탓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첫 날 수업이 모두 끝났다. 평화 축구라면서 전혀 평화롭지 않은 첫 날의 수업을 보며 내내 불안불안하고 조마조마했고 그러했기 때문에 이 수업으로 우리 아이들이 평화를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교실로 돌아와 언제나처럼 아이들과 한바탕 성토대회를 열고 평화 축구 시간에 있었던 자신과 친구들의 행동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반은 늘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문제를 풀어왔었고 그런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오늘 축구라는 활동을 통해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고는 평화 축구를 괜히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아이들은 다음주가 되면 그 전주보다 조금씩 달라져있었다. 팀을 짤 때 각 팀의 구성을 보고 “내가 저쪽으로 갈게.”라며 말하는 아이가 생겼다. 마지막 날에는 팀조끼를 서로 입겠다고 했다. ‘공평과 포용’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팀 이름과 골 세러머니를 정하는데 자기 의견을 주장만 하지 않고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며 점점 합의에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경기를 하다가 골을 넣으면 골 세러머니를 하는 것도 모이는데 한나절 걸리던 것이 점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신뢰’의 관계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첫날 자기는 축구를 못한다며 의기소침하게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은 마지막 날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쫓아갔다. 골도 넣고 친구들과 함께 세러머니를 외치며 ‘책임감’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기에게 공이 안 온다며 화를 내던 아이는 마지막 날에는 속상함을 참아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평화 축구를 마치고 서로 칭찬을 해주는 시간, 내가 보았던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친구들도 알아챘다. 그리고 힘껏 칭찬해주었다. 아이들은 ‘존중, 책임감, 신뢰, 공평과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평화 축구를 통해 감각적으로 익히고 경험했다. 학교에서 하는 수많은 활동이 평화 축구 시간에 배운 이 가치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간중간 멈춰서서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그러면서 내면화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망설임없이 실천하고 있을 테고 그것은 아이들의 일상생활과 우리가 사는 지역, 한반도와 세계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화는 이렇게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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