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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26) 2026년 북한을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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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6-01-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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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2026년 북한을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년에도 북한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북한 이슈는 대체로 술안주의 잡설이나 분노와 혐오의 대상으로 떠오르지만, 때로는 집 나간 동생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뇌리를 맴돌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째 우리는 북한 이슈를 읽어내는 데 매번 실패하는 인상을 받곤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독설을 무시하다 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장면에 충격받고, 윤 정부의 드론 도발에 독설을 쏟아붓다가도 침묵으로 반계엄 투쟁을 도운(?) 그들의 침착함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다. 연초에도 역시 드론 사태로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제 그 담화의 구구절절한 해석보다는 그 이면을 읽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듯 하다. 술안주 수준을 넘는 북한 독법을 마련하기 위해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해 본다,

사진 설명: 북한이 지난 1월 10일 공개한 한국 무인기의 모습(출처: 노동신문, 뉴스1)

적대적두 개 국가론과 국가주의 담론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는 시각은 북한이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제기한 마당에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두 개 국가론이 헌법과 규약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하나의 해석은 두 개 국가론이 조만간 개최될 노동당 9차 대회의 주요 안건이 되어 민족과 통일을 완전히 배제하는 새 규약과 헌법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이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만만찮다.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통일 포기론으로 보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와의 적대와 갈등 과정에서 출현한 ‘즉자적’ 반응이라거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의 결과라거나, 혹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동맹을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거나 등등의 정책 수준의 대응 논리로 보는 시각들이다. 이런 시각은 지정학과 정책 환경 변동에 따라 ‘평화적’ 두 개 국가론으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진다.

한편 북한의 두 개 국가론은 세계화가 후퇴하고 국가개입주의가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과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국가주의적 이니셔티브들과 통약성을 강화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에서 출발한다는 메타 프레임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중국 공산당이 국가주의 이니셔티브를 강화해온 현실을 염두에 두면 이를 당-국가 관계가 아니라 통일과 민족담론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이 너무 우리식이지 않을까 하는 성찰도 불가피하다.

사진 설명: 25년 12월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3차 전원회의 모습. 이 회의는 노동당 9차 대회를 준비하는 회의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아직 9차 당대회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경제붕괴?

북한은 2020년 ‘정면돌파전’ 당시부터 장마당, 화교, 돈주가 주도하는 시장을 통제하고 싶어 했다. 특히 그들이 중국 시장에 종속되어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중국 패권주의를 경계해온 북한 엘리트들의 걱정거리였다.

코로나 시절 북한 경제는 ‘셀프 락-다운’으로 어려웠지만 북한 지도부들은 시장에 대한 공급망 독점을 최대한 활용해 장마당 세력을 누르고 유통망 장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과, 5년이 지난 현재 북한의 유통망은 국가배급망-시장(장마당)의 2원 체제에서 국가배급망-‘국가시장’-장마당으로 이루어진 3원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가시장’ 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여전히 북한의 장마당 시세나 장마당 물자 공급 현황 등 장마당 세력들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장마당으로의 물자 공급이 원활치 않고 북한 당국이 그 대체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마당 세력은 쇠락하는 계급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국가 주도의 대체재 시장인 ‘국가시장’ 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셈이어서 구세력 즉 장마당 세력들의 아우성으로 과대평가된 시장붕괴론에 정보의 빨대를 꽂고 있게 된 셈이다. 장마당 물가와 환율 정보는 여전히 북쪽 민생 파악에 중요하다. 하지만 대체재인 국영시장망이 무역 독점권을 강화한 국가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된다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장마당 정보와는 다른 대안적 정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음은 분명해진다. 쇠락하는 세력과 성장하는 세력의 교차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이행학(transitology)의 철칙을 곱씹어볼 때다.

신냉전의 허상과 북한의 헤징 외교

지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집결한 국가들을 보고 북중러 3각동맹 혹은 신냉전의 부활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신)냉전이라는 구조적 변수가 동아시아에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다른 변수가 많다. 특히 중국이 이런 개념을 거부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그런 허망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볼 이유도 없다. 북한이 지난 전승절 외교의 성과를 ‘최고존엄’의 위엄을 떨친 것이라고만 강조하는 이유이다. 북중관계는 중국의 대미 외교의 하위 변수다. 중국은 미국 행정부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정책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관계의 강도가 중국의 대미 정책을 좌우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중 외교는 헤징 외교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북러동맹을 혈명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북한은 구소련 시절 자국이 방기(abandoned)된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북한을 홀대할 것이라느니 북한의 대러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보상이 기대에 미흡하다는 둥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구애를 강조하는 논리는 북한 엘리트들의 외교 DNA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일 뿐이다. 북한에게 지금의 북러동맹은 한미동맹과 같이 안보-자율성을 교환하는 그런 ‘편승’동맹과는 관계가 멀다. 북러동맹 역시 북한의 헤징 외교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2019년 6.30 북미 판문점 회담을 앞두고 북러, 북중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만들어간 북한의 외교는 미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헤징 외교로 평가된다. 약소국의 헤징 외교는 곧잘 강대국 협조체제에 의해 배신당하고 좌절하지만 북한은 그런 역사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헤징 외교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니 이제는 핵무기같은 비대칭전력과 재래식 무장력 등 선군정치로 지켜온 비교우위를 뒷배로, 더 강한 對대국 외교를 전개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의 對대국 외교가 중-소 사이의 헤징이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미-중-러 모두를 대상으로 한 확장된 헤징외교라는 뜻이다. 소국이 헤징외교를 실행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핵 무장력을 배경으로 한 헤징외교에 자신감을 붙여가고 있다. 북한을 실패국가로만 봐온 선입견을 벗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를 걷어차고 있는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가며

북한의 외교적 자율성은 독재, 빈곤의 통제 그리고 핵무장력이 주는 악마의 선물이다. 그 수단의 비도덕성을 전제로 악마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글로벌 체제에서 북한의 외교는 과거와 달리 현실에 더 큰 영향력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 생존을 고민하던 ‘현상유지’ 국가라기보다는 ‘현상타파’를 목표로 한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로 보자는 견해가 확산되는 이유이다. 북한을 실패국가로만 보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민족 담론과 시혜적 시각으로만 보는 구태를 벗어나지 않으면 북한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에 돌입했다. 북한의 행태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문제일 수 있음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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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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