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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25) 축구공, 캐럴 그리고 응원봉

[함께읽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5-12-23 10:42
조회/Views
7438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축구공, 캐럴 그리고 응원봉


김항수 파스카시오(의정부교구 신부, 이주사목위원장)


“1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주세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여러분께 우리나라가 함께 같은 목표를 위해 뛰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목표 말입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지금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인 우리가 전쟁으로 인해 이렇게 갈라질 수는 없습니다. 제발, 무기를 내려 놓아주세요. 투표에 참여하세요. 그러면 분명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2006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코트디부아르의 주장, ‘디디에 드록바’가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의 간절함은 현실이 되어 5년간 지속되던 내전이 멈추게 된다.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국가로 가장 많은 나라가 있는 대륙이지만 2025년 현재 내전과 분쟁으로 무력 충돌 지역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서구열강의 제국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드록‘신’이라 불릴 정도로 축구계 정점에 섰던 드록바는 많은 트로피와 함께 부와 명예 등 모든 것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 한편은 늘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이들로 그늘져 있었다. 가난한 이민자였던 그에게 축구는 당연히 삶의 전부였을 것이고 그의 몸은 언제나 축구장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평화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일터에서 평화의 씨앗을 심었다.

나의 직업과 일터,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통해 우리가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아프리카의 어느 한 축구선수가 증명한 셈이다.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은 평화의 문화를 건설함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1914년 12월 24일 눈 내리는 밤,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프랑스 북동부, 플랑드르 평원)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의 기적.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의 치열한 전투 중 독일군 방어벽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곧이어 들려온 독일군의 노래 ‘Stille Nacht’. 영국군은 스코틀랜드 전통악기 백파이프 연주에 ‘Silent Night’으로 응답했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 울려 퍼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 트리와 한 곡의 캐럴이 세계 속으로 번져나가는 전쟁의 광풍, 오직 서로를 죽이기 위해 총칼을 들이밀던 병사들 마음속 꺼져가던 평화의  감각을 되살렸다. 군 지휘부의 전투 정지 명령도 없었고 병사들 스스로 휴전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당시 자발적으로 휴전에 참여한 양쪽 군인들은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전쟁터에서 한 영국군 병사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을 봤습니다. 살육으로 죽음이 퍼진 땅에서도 인간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평생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평화 본능



2024년 12월 3일 밤. 한순간에 5천만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국회에 달려갔고,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진입하는 계엄군과 장갑차를 막아섰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본능이었다. 젊은이들은 사회 정의와 독재-부패 척결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진정으로 평화를 갈망하는 군중의 눈빛은 응원봉 불빛보다 더 반짝였다. 시간을 거듭할 수록 시위는 평화의 축제로 진화하였고 ‘저항과 결기’를 상징하는 횃불과 깃발은 ‘연대와 비폭력’의 상징인 응원봉으로 대체되었다. 옆 사람에게 핫팩을 나눠주고 이름 모를 동지들을 위해 카페에 미리 음료를 결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현장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쉼터와 화장실을 제공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토록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본 적이 있었던가?

모든 존재는 본능적으로 평화를 바라고 찾는다. 공생과 공존은 '본능적인' 평화의 길이다. 인간을 제외한 어떠한 생명체도 내 힘을 과시하려고 또 누군가를 지배하고 군림하려 다른 이를 위협하고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다. 그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먹이활동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는 그 자체로 평화롭다.

이 어지러운 시국에 올해도 사랑의 왕, 평화의 임금께서 우리를 찾아오셨다. 너와 나, 우리를 살려내기 위해 작은 이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래서 예수님의 탄생은 평화를 건네려는 하늘의 선물이자,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정의롭게 공존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사회와 정부를 향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우리 안에 정의의 실천이 없다면 우리는 위선자가 되는 것이고 강생하신 그리스도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오늘의 한국 교회 신자들은 이 사랑을 가졌습니까?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이 역사의 심야를 밝혀야 할 중대한 사명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반성이 있고 그 반성을 토대로 교회 자체의 혁신이 있을 때, 그리고 정의와 사랑의 행동이 있을 때, 우리 교회는 참으로 한국 사회 안에 그리스도를 강생케 할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1971년 성탄절 강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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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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