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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3) 안보불안과 민족화해 - 백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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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4-07-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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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안보 불안과 민족 화해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장)


 

이념이 우선일까, 민족이 우선일까? 윤석열 정부는 이념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거론했으며, 이후 각종 기념사에서도 가치와 이념을 수시로 강조했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이 ‘자유주의’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윤 정부는 외교에서도 자유·인권·법치의 ‘가치 외교’를 표방하며 미·일에 편중된 외교를 펼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식민지 역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로 규정했지만, 동족인 북한에 대해서는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적으로 설정해 대결을 선택했다.

 

이념 선택의 결과



지난 6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현재 5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9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동 연구소의 작년 보고서 추정치가 핵탄두 30기, 조립 가능한 핵탄두 50~70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북핵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20일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무력 침공 시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군사동맹 조약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형을 바꾼 중대한 사건이다. 여기에 지난 달 말 동중국해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인 ‘프리덤에지’가 기름을 붓고 있다. 현재 북·러 군사협력에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을 위협해 북·중·러 진영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결의 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적대와 군사적 갈등도 작용-반작용을 거치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핵무력정책법 6조에 의하면 북한 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각종 단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를 빈번하게 하고 있는데, 이는 소형 핵탄두 개발과 맞물려 남한을 겨냥한 위협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 또한 강대강 맞대결로 대응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군 지휘관들에게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하라)을 주문하면서, NLL과 휴전선 인근에서 사격 훈련과 실기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우발적 군사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전돼 핵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군사당국 간 통신선 등 남북 간 핫라인도 다 끊어진 상태라 위기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경쟁하듯 진행되며 국민들은 수시로 한밤중 경보문자를 받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념 과잉의 이유

남북이 적대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그 피해는 한국이 훨씬 크다. 개방돼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기에 안보상황이 불안해질 경우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적대와 대결을 벌여야 할까? 경제력이 59.7배(2022년 기준)에 이르고, 군사비(2022년 54.6조 원)를 북한의 국민총소득(GNI, 2022년 36.7조 원)보다 더 많이 쓰고 있는 한국이 무엇 때문에 이처럼 북한과 소모적 공방전으로 날을 새는 걸까? 국익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북한 적대, 미·일 관계 강화로 집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가치 외교’로 포장하고 있지만, 기실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사대주의를 “큰 나라, 앞선 나라를 섬기거나 우러러보고 그 힘을 추종하며 자기 것을 업신여기는 마음상태이며, 큰 나라와의 관계가 국내외 정책의 근본을 규정하는 정책사조”라고 정의할 때, 윤 정부의 정책기조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중국 등 대륙세력 배제를 내포한 윤 정부의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도 해양세력인 미·일의 용어이지, 해양과 대륙을 다 아울러야 하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윤 정부 핵심인사들의 머릿속에는 국익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디엔에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를 해야 할 객관적 상황임에도 미국 의도에 배치되는 어떠한 정책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술 더 떠 대만해협에서 “힘을 통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등 앞장서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길

북핵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우선 위기 관리부터 해야 한다.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만나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사고는 군비경쟁의 악순환만 야기할 뿐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적대감과 불신을 극복하고 남북이 화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수백 년 앙숙으로서 경계와 불신의 대상이었지만, EU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협력의 관계를 만들었다. 서로 위협을 느끼지 않기에 군비 경쟁도 하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가 한 일을 남북이 못할 이유가 없다. 남북이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결의 첨병으로 나서는 대신, 동북아 공동안보와 경제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한 협력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기에 공통분모가 많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쉬운 것부터 찾아 실행하면서 점차 협력 수준을 높여가면 될 것이다.

 

사진 1 ) ⒸSIPRI YearBook, 2024
사진 2 ) 5월 29일 경남 거창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남 풍선(왼쪽) 28일 오후 발송된 위급재난 문자 Ⓒ 연합뉴스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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