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캄보디아 시엠립에 위치한 평화갈등학센터(Center for Peace and Conflict Studies, CPCS)는 제13회 아시아 평화활동가 대회(Asian Peace Practitioners Research Conference)를 개최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CPCS의 초청을 받아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활동가 대회에는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 방글라데시 등 10여 개국에서 온 120여명이 참석,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자신들의 활동 내용과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여성평화운동 단체, 이타크마키(Itach-Ma’aki) 두 공동대표의 기조연설로 문을 열었습니다. 팔레스타인계 니다 쇼리 박사, 유대계 이스라엘인인 네타 로비 변호사의 연설은 참석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2년 가까이 뜨거운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일입니다. 이들에게 언어적 폭력과 협박은 일상이며, 때때로 실질적인 신체적 위협에 노출되기로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이상 평화집회에 참석하고, 여성들의 권리와 참여 증진을 위한 트레이닝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한 참석자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신들을 계속 활동하게 하는 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쇼리 박사는 “나는 많은 기회를 얻고 또 많이 누린 사람입니다. 팔레스타인 동포들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지금, 그 모든 것을 누려왔던 내가 침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세 개 분과로 나눠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는 한반도 평화를 다루는 세션도 포함됐습니다. 이 회의에는 조영미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부소장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예정 사업국장이 발제자로 참여했습니다. 조영미 부소장은 지난 12.3 내란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이어, 이 국장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평화운동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이 국장은 북측의 우크라이나 파병 이후 전 세계적으로, 특히 대북협력의 가장 큰 지지자였던 유럽에서, 대북 적대감이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변화는 남측에서의 평화운동을 더욱 어렵게 하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갈등이 다 개별적인 듯 보이지만 이렇듯 서로 연결돼 있다며, 그렇기에 타 지역의 분쟁과 갈등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2일차에는 동남아와 남아시아에서 평화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7살 때 지뢰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을 딛고 지금은 스토리텔링과 문학을 통해 평화세상을 만들어 가는 네팔의 활동가, 여성에게 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파키스탄의 활동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 구조에 당당히 맞서는 스리랑카의 타밀 활동가. 그들의 용기와 신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황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계획한 일들을 꾸준히 실행하며 작은 성과들을 축적해 나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환경에서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일. 이번 활동가 대회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며 다시금 힘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