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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19) 평화를 위해 먼저 내미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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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5-08-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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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평화를 위해 먼저 내미는 손


변진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평화를 위해 먼저 내미는 손이 부끄러운가? 누군가는 이를 ‘굴욕’이라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도 모자라서 아예 민족의 그루터기까지 없애버리게 될 ‘끝장의 전쟁’으로 직행하겠다는 말인 듯싶다. 그 ‘끝’은 한반도가 아닌 지구 운명의 끝이 될 것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전 87초로 당겨졌다. 이 시계의 초침을 10초 안의 카운트 다운으로 당겨도 좋다는 말인가.

한반도: 비정상의 정상화

모든 평화의 시작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뜻한다. 80년 전 8·15는 한반도의 정상화 조치가 아니었다. 아니, 비정상의 출발점이었다. 주인이요 주체인 한반도는 철저히 배제된 채 일제의 무장해제 명분을 내세운 분할 점령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외부로부터 주입된 이념을 앞장세웠던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철천지원수가 된 남과 북이 50년 만에 평화의 손을 맞잡았던 ‘6·15 시대의 개막’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아도 스스로 주체로 일어설 수 없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6자 회담은 이 상황을 돕겠다고 나섰던 한반도 분단 이해당사자들의 마지막 춤판이었다. 북핵 위기 해결을 명분으로 둘러앉아 도출한 첫 번째 성과는 화려했다. 20년 전인 2005년 9월 19일에 건져낸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 포기와 함께 NPT 복귀를 약속하고, 그 대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관계 정상화 조치를 약속했다. 그리고 6자는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에 관한 협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불과 하루 만에 BDA 문제를 제기해 교착상태에 빠뜨렸다. 결국 1년 후인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만다. 이후 ‘9·19 공동성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인 ‘2·13합의’가 도출되지만, 2008년에 한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6자 회담, 즉 한반도 ‘비정상의 정상화’의 불길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두 얼굴의 미국

트럼프의 얼굴은 무섭고 기괴하다. MAGA를 외치는 오늘의 미국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그런데 여기에 겹쳐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얼굴이 있다. 바로 존 F. 케네디의 얼굴이다. 그는 1963년 6월 10일에 미국 아메리칸 대학교 졸업식에서 ‘평화 전략’이란 제목의 연설을 했다.

사진 1: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6월 10일 월요일 아메리칸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어떤 평화인가요? 미국 전쟁 무기로 세계에 강요된 ‘Pax Americana’가 아닙니다. 무덤의 평화나 노예의 안전이 아닙니다.... 단지 미국인의 평화만이 아니라 모든 남녀의 평화, 단지 우리 시대의 평화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평화입니다...진정한 평화는 여러 국가의 산물이자 여러 가지 행동의 총화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의로운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에 발표된 이 케네디 연설은 미국 사회에도 충격적이었다. 케네디는 핵전쟁 위협을 막기 위해 소련과 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당연히 공화당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내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케네디는 이들을 설득해 두 달 후인 8월 5일 모스크바에서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PTBT)’을 체결했다. 만약 미국이 구 소련 붕괴 후 유일 강대국이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지킬 박사에서 Mr. 하이드로의 변신을 포기했다면, 오늘 21세기 지구촌은 케네디의 평화 전략이 뿌리내리는 낙원으로 변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임 체인저로 변신하려는 북한

동서냉전의 붕괴로 갈 길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핵 개발에 온 힘을 다하던 북한은 결국 핵보유국이 되었다. 2017년 7월에 당시 미국 태평양 함대 스콧 스위프트 사령관은 “세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이에 화답하듯이 두 달 후인 9월 3일에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제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반열에 놓으면서 북한 핵무기 보유 수를 50개로 공식화하고 있다.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갔다. 실제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러 관계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2024년 6월에 평양을 방문한 푸틴과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28일에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정상 국가의 국제적 행위로 정당화했다.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핵무기 보유의 안전망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융합을 통해 한반도의 단순한 이해당사자가 아닌 게임체인저의 위치와 역할을 확보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사진 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북한의 실질적 핵무기 보유는 동북아의 핵 위기를 심화시키고,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심각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강 대 강’ 대응이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이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평화이다. 평화는 모든 이의 선한 의지와 힘을 모은다.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길로 인도하는 지혜가 모두를 살린다. 평화의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진정한 지혜의 첫걸음이다.


*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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