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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 (15) 남북관계는 끝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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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5-05-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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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2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남북관계는 끝난 걸까?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장)


남북관계 비관론이 한국 사회에 팽배하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서 남북관계는 이제 끝났다는 비관론이 난무하고 있다. 정녕 희망은 사라진 걸까?

남북관계 비관론의 근거

비관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김정은의 ‘두 국가론’ 천명 등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와 북-러 밀착 움직임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선언하고, 한·미가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미 수십여 개에 이르는 핵탄두와 함께 미사일 등 각종 투발수단을 개발해 실천 배치시켜 놓았기 때문에 허투루 들을 수만도 없는 발언이다.

또한 북한은 작년 6월 러시아와 군사동맹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러-우 전쟁에 북한군을 참전시켜 북러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북-러는 이제 경제, 과학기술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한국 사회의 여론 변화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2024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6.9%로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로 조사 이래 가장 높다. 특히 20대 청년층은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2.4%,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47.4%에 이른다. 통일의 방법과 관련해서도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5.6%로 2007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반면 ‘남북이 사실상 2개 국가로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31.2%로 조사 이래 최고이다. ‘점진적 통일’은 노태우 정부 이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적시된 한국 정부의 공식적 통일방안이다. 북한 인식에 있어서도 대북 적대의식과 북한정권 불신, 북한정권의 통일회의론 등 부정적·비판적 의식이 강화되었다. 이는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이후 민족·통일 담론 폐기, 통일 관련 기구·시설 철폐, 남북 간 철도·도로 차단 및 지뢰 매설 등 대남 적대조치 시행 때문일 것이다.

남북관계 낙관론의 근거

이제 남북관계가 호전될 희망은 사라진 걸까? 힘들고 어려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먼저 분단사 80년을 돌이켜보자. 남북 간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는 등 남북관계의 호시절은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70년은 적대적 경쟁 상태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교류·협력, 문재인 정부 시기 3차례 정상회담을 빼곤 줄곧 적대와 군사적 대치 관계였다. 악화된 지금의 남북관계가 결코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이 아닌 것이다. 독일, 예멘 등 타 분단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나의 민족이 분단돼 두 개의 정부가 병립할 때는 정치의 속성 상 통일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 간 경쟁과 적대가 불가피하다.

희망의 실마리는 없을까? 먼저 북한이 작년 연초부터 총동원체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은 도농 간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북한의 모든 시와 군들을 문명하고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의 전략적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소비품 증산을 통한 주민들의 수요 보장을 과제로 매년 전국 시군에 20개의 공장과 원료생산기지를 10년 동안 200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나서 ‘지방공업건설지도과’를 만들고 조용원 조직지도부장이 직접 책임자가 되어 인력, 자원을 총동원하였다. 그 결과 불과 1년 만에 온천군, 장풍군, 숙천군, 성천군, 구성시, 운산군, 구장군, 함주군, 금야군, 경성군, 어랑군, 은천군, 재령군, 연탄군, 은파군, 고산군, 이천군, 우시군, 동신군, 김형직군 등 20개 시군에 지역 특산물을 바탕으로 한 기초식료, 의류, 종이, 제약 공장을 완공하고 원료 생산기지를 마련하였다. 문제는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이다. 초기 1~2년이야 총동원체제로 애국주의 깃발 아래 속도전으로 때울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발생할 피로도, 자재 부족, 전력 부족 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외부 지원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남북 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다.



다음은 수령의 결단에 의해 모든 정책이 다 바뀔 수 있는 북한 체제이다. 2023년 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했던 김정은의 말 한마디로 대남정책의 골격이 바뀐 것처럼 김정은의 또 다른 말 한마디로 정책이 바뀔 수 있다. 김정은은 현실주의자이다. 바뀐 현실 상황에 맞춰 핵심 이데올로기도 바꾸었다. 2021년 노동당 당대회에서 현실에 맞지 않은 당 규약의 핵심 내용을 뜯어 고쳤고, 2023년 전원회의에서는 그간 북한의 지배담론이었던 민족·통일 담론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는 발언은 “흡수통일·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이라는 전제가 바뀌면 두 국가론, 두 교전국 관계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논리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요동치며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는 좀 더 긴 안목으로 남북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남북관계를 호전시키려면 국력이 강한 대한민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사진1] "한반도 평화기원미사"(파주 임진각, 2019.6.25.)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최

[사진2] 《로동신문》2024년 2월 3일자 참고해 현대경제연구원 작성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 분석과 전망 -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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