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평화, 미래를 만나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차 평화 대화 이후 참가자가 작성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
[청년 한반도 평화 대화 후기 6]
'차이를 존중하며 지속되는 대화 자체가 중요'
김강산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정말 폭력이 만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적 폭력, 물리적 폭력, 문화적 폭력, 이념적 폭력까지,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이런 폭력들은 개인과 개인, 가정과 가정,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과 분쟁을 촉발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 이슈는 평화 대화 프로그램 6회차에서 더욱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가왔다.
‘만약 내가 사는 마을이나 국가가 이웃 국가로부터 침략을 받아 당장 무력 위협이 눈앞에 닥쳤을 때, 비폭력주의자로서 나는 무기를 들고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
제시된 질문은 내게 너무나 흥미로웠고, 이 질문에 답을 다른 청년들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인상깊게 남았다. 그 대화를 복기하며 내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폭력’이란 무엇일까?
폭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힘을 무분별하고 책임 없이 행사하는 것'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힘이란 본래 유익하게 사용될 수도 있고, 남을 해치는데 쓰일 수도 있는 중립적인 도구다. 그 힘을 책임감 있게 쓴다면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반대로 책임 없이 휘두르면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폭력적인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힘이 '어떻게' '왜' 사용되는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도 어떤 이는 사회 질서를 지키는 경찰이 될 수 있고, 다른 이는 사람을 위협하는 조직 폭력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경찰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책임감 있게 행사해야 한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공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힘은 '정의'다. 반면, 조직폭력배는 힘을 얻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근육을 키우지만, 그 힘을 남을 해치고 약자를 위협하는 데 사용한다. 이건 명백하게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힘의 사용이다.
이런 책임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자신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결과는 어떠할지를 미리 숙고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가 부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그 힘을 '쓰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나는 이 지점이 바로 '비폭력'이라고 본다. 물론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유익과 무익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판단과 선택의 주체가 스스로라는 것이다.
비폭력에 대해 길게 고민한 이유는, 폭력과 정의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함으로써 내가 생각하는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투쟁의 사회적 함의를 논의해보고 싶어서다.
‘폭력’, ‘비폭력’, 그리고 ‘정의’
다시 질문으로 돌아간다
‘만약 내가 사는 마을이나 국가가 이웃 국가로부터 침략을 받아 당장 무력 위협이 눈앞에 닥쳤을 때, 비폭력주의자로서 나는 무기를 들고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
대화에 참여한 몇몇 청년들은 도망가거나 평화 시위를 하겠다고 답했지만, 나는 '싸우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인지부조화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비폭력주의자다. 단지 그 싸움은 ‘폭력’이 아니라 ‘정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힘을 가지고 남의 것을 빼앗는 건 폭력이지만, 힘을 가지고 내 것을 지키는 건 정당한 방어이고, 정의다. 후자에 대해 ‘폭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어불성설이다. 침략을 당한 국가가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은 평화를 해치는 폭력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다.
어떤 저항도 없이 평화주의만 외친다면, 어떻게 재산과 국민과 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을 잃는 것이야말로 폭력 아닌가?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오히려 더 큰 불의이고, 비평화적일 수 있다.
나는 싸움을 추구하지 않지만, 싸워야 할 때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비는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가진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진짜 평화는 투쟁을 통해 지켜진다고 믿는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반도 독립운동가들이 피 흘리며 이뤄낸 해방, 6.25 북한의 남침과 함께 발생한 전쟁에서의 희생을 통해 지켜낸 자유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저번 주에 전쟁기념관을 다녀왔는데, 입구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If you want peace, remember war.”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되,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Freedom is not free.
역설적이게도 자유는 상당한 값을 요구한다.
인류 역사는 언제나 폭력과 공존해왔고,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기르고, 지킬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진짜 평화를 지속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만약 우리 마을에 적군이 쳐들어 온다면 나는 싸울 것이다.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 정의와 책임을 다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다르지만 괜찮아. 서로를 존중하며 지속되는 대화 자체가 유의미’
다른 청년들의 의견이 나와 다를 수 있지만, 괜찮다.
누군가가 맞고, 누군가가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의견 차이를 존중하며 지속되는 대화 자체가 유의미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한반도 청년 평화 대화의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참으로 특별한 기회라고 믿는다.
매주 참여하는 청년들의 성숙한 대화 태도는 토론의 깊이를 더하고, 이 경험을 더욱 값지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이 주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고, 글로 후기를 정리하는 과정은 내게 정말 재미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었더라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주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게 고민해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 청년 대화가 이번 1기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내게는 매우 보람찬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