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남북관계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희망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전 70년을 기념하여 9월 20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완규 상임대표는 ‘희망’을 얘기하며 토론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김성경 평화나눔센터 소장(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굴곡진 남북관계 역사 속에서, 남북 주민간의 만남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어왔던 민간의 남북협력사업을 재조명하고 미래 협력의 상을 그리는 자리였습니다.
기조발제로 나선 강영식 공동대표는 ‘민간의 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구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와 교류협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지는 분명하다며 민간은 우리 사회의 저력을 믿고 담대하게 활동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조발제 이후에는 세 명의 발제자가 각각 민간 남북협력의 새로운 접근법, 시민사회의 평화 전략, 지속가능한 민간 남북협력을 위한 제도화 등을 주제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조금씩 결이 다른 주제 속에서도 발제자로 나선 엄주현 사무처장(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태호 평화군축센터 소장(참여연대), 홍상영 사무총장은 이제는 과거와 같이 남북협력사업만을 따로 떼어서 추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평화 감수성을 높이는 사업들, 그리고 여타 평화구축 활동이 동반될 때 남북협력의 발전적 재개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일이 한층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는 얘기일 겁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남측 시민들의 시각은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매우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라는 견해가 제시됐습니다. 이태호 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평화‧통일에 관한 사회적 대화’에서 드러나 주요 인식 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시민들 대다수(약 63~70%)는 여전히 북한을 존중과 협력의 대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서도 제재나 압박, 엄격한 주고받기와 벌칙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3% 정도인데 반해 70% 이상의 시민들은 대화, 협상, 선도적 화해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한반도 미래 체제에 대해서는 한 체제로의 통합보다 두 체제의 공존이 더 이상적이라는 견해가 조금 더 앞섰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2022년 한미동맹이 급속히 강화되던 시기, 균형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한미동맹 강화보다 15% 이상 높았습니다.
남북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현 남북관계 분석에 이어 여섯 분의 지정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환경연구원의 명수정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북측의 자연재해는 식량, 에너지 문제 등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며 향후 남북협력에 있어 통합적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이어 수출입은행 강우철 박사는 북한의 식량난은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협력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며 국제사회와의 공조, SDGs 등 국제적 스탠다드를 적용한 접근법을 강조했습니다.
이주성 북민협 사무총장은 최근 정부의 북한주민접촉신고에 대한 수리 거부 등을 예로 들며 대북협력과 관련된 제도와 원칙이 깨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린이어깨동무 최혜경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에게는 연대를 통해 평화운동의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성공 사례는 향후 평화운동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정 토론에 나선 조은성, 서수민 서강대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나눴습니다. 조은성 교수는 청년층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에 비해 젊은 세대가 분단체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발표한 수업 결과물을 공유하며 실제 숙의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학생들은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수민 교수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교류협력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교류협력 사례를 충분히 소개하며 현재의 분단 문제를 고민하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학생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된다고 얘기합니다.
정전 이후 70년의 기간에서 민간의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했던 시기는 10여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남북 주민의 만남과 협력사업을 통해 서로 화해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여, 그리고 평화운동과의 협력 속에서 새로운 협력사업을 그려 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