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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평연-우리민족 공동칼럼](20) 북중러 3자 연대, 북미협상으로 가는 베이스 캠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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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25-09-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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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 공동 칼럼을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북중러 3자 연대, 북미협상으로 가는 베이스 캠프가 될 수 있을까?


이기동(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3일 개최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였다. 세계의 눈은 김정은 공식 집권 이후 13년 만에 이루어진 첫 다자 외교무대 진출이자 66년 만에 북중러 3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천안문 망루에 모아졌다. 무엇보다도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찍은 사진 한 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 장면을 얻기 위해 그간의 금기를 깨고 다자 외교무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은 이러한 사진 퍼포먼스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는 ‘대국’에 버금가는 ‘강국’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와 함께 미국에게는 든든한 ‘뒷배’가 있음을 알리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북한은 열병식 다음 날인 9월 4일자 노동신문 1면에 3국 정상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게재하였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중러 정상회동과 관련하여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도 예민한 내심을 숨기지 못했다.

중러 연대는 북한의 베이스 캠프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북한의 외교전략과 전술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도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전술적 차원에서 보면, △러우전쟁 종전 이후 북러관계에서 나타날 관계의 공백을 북중관계를 통해서 메우려는 의도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경제협력과 지원 유도 △대미 협상을 대비한 진지 정비 등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외교 행보가 갖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설득력 있는 해석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행보에는 전략적 의도도 담겨있다. 그것은 바로 북중러 연대라는 든든한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것이다. 북한은 이 ‘베이스 캠프’를 거점으로 삼아 북미관계 정상화 그리고 ‘경제강국’ 건설과 같은 다양한 ‘령마루’(목표)를 점하려 할 것이다. 베이스 캠프 꾸리기의 일환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 이후 개최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러시아를 돕는 것은 형제의 의무”라면서 양국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였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6년 8개월 만에 개최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중 우호의 정은 불변”을 언급하고, 시진핑 주석은 “어떤 국제정세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함으로써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 복원 의지를 과시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적 의도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신냉전과 다극화 추세’로 바라보는 북한 지도부의 국제정세 인식에서 비롯한다. 북한이 말하는 ‘신냉전과 다극화 추세’란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 행사(일극주의) 시대가 저물어 가면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격변의 축들’이 자기의 세력권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세를 반영하여, 북한은 기존의 미국을 통한 문제 해결 기조, 즉 대미 일변도 기조에서 후퇴하여 중국, 러시아와 같은 ‘격변의 축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조로 갈아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작년 말 ‘최강경 대미대응전략’을 내놓았고, 김정은이 처음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참석하는 결단을 내렸다.

북한이 북중러 연대라는 ‘베이스 캠프’를 꾸린다고 해서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고, 이러한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잘 설득하면 핵보유국 인정과 같은 깜짝 선물을 챙길 수도 있다는 기대 역시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베이스 캠프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는 데 이용할 것이다. 모든 역량을 중국 견제 및 봉쇄에 집중하고자 하는 미국은 북중러 3자 연대 구축에 가장 열성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을 자제시키거나, 가능하다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떼어내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여를 통해 3자를 분열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셈법을 파악하고 있다면, 북한은 베이스 캠프 구축을 이미 핵능력 고도화를 통해 높아진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중러 3자 연대 구축은 대미 협상으로 가는 베이스 캠프이면서 동시에 ‘몸값’을 불릴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이다.

비핵화라는 글자 사라진 북러북중 정상회담

벌써부터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먹혀들고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전승절 계기에 개최한 북중 정상회담과 북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세글자를 찾을 수 없었다. 시나브로 북중러 3자 사이에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된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7.29 대미 담화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비핵화 없는 조건에서 북미협상 의사를 밝혔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여를 위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멀지 않은 장래에 북한의 비핵화가 빠진 외교무대에서 핵보유국으로 묵인받은 북한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북중러 3자 연대 구축 움직임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김여정의 7.28, 8.20 담화를 보면 일관되게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대결하겠다는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적대적 2국가를 점차 고착화하면서도 실제로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을 회피해 왔다. 우선 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 부양을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 대남 소음방송 중단으로 화답하였다. 그리고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을 침범한 북한군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대응 사격을 실시하지 않았고, 최근 종료한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예상과 달리 도발을 자제하였다. 또한 북한은 남한을 무시(무관심)한다면서도 20여일 간 3차례에 걸친 대남 담화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발표하는 등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당 창건 80주년(10.10) 행사 준비, 8차 당대회 제시 과업 완수와 9차 당대회 개최 준비 등 숨 가뿐 내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건에서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두 가지 문제와 관련하여 남한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비핵화에 대한 남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비핵화 요구를 자신의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이미 엄포를 놓았다. 이것은 북미협상이 재개될 경우 선비핵화 또는 북한 비핵화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남한과 일본 등의 요구를 기선 제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둘째는 남한이 베이스 캠프 구축을 방해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국익의 측면에서 한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북한은 앞으로 한중관계와 한러관계의 동향에 예의 주시할 것이다. 역으로 우리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남북한 모두 필요로 하는 긴장완화 조치들을 가능한 것부터 선제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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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소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분단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가 2015년 9월에 설립하였으며,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이 땅의 화해와 평화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1996년 6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6대 종단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 시민참여활동, 국제연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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