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YPI 6기는 한·중·일 친구들이 함께했습니다. 평화를 꿈꾸는 빛깔은 한층 더 다양하고 풍부해졌습니다.
한·중·일은 가까운 이웃이지만 서로에 대한 많은 편견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첫 만남은 서먹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친구들은 금세 그 선을 넘어섭니다.
서로의 꿈과 생각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하고, 배려하며 듣는 사이 어느새 한·중·일 친구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친구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강연은 단연 ‘입장게임’이었습니다. 한민족 동포들이 한국, 중국, 일본 곳곳에 흩어지게 된 역사적 계기 속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되묻는 과정은 역사의 문제, 평화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충분했습니다. 어른들이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친구들이 스스로 입장을 선택하고, 서로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생각이 다양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사 속 한민족의 발자취를 되짚는 여행은 생생한 현장 이야기에 즐거움까지 한 층 더합니다. 물론 평화를 만들어 가면서 마주하게 될 어려움도 고민하게 됩니다. KYPI 6기는 도문다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일 년 사이 입장 조건이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KYPI 6기 경험을 기억하면서, 교류와 소통을 통해 높아진 국가 간 장벽을 허물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러한 친구들의 생각이 깊어지도록 하는데, 김정태 선생님과 무카이 아스카 선생님의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분은 일본의 코리아국제중고교 선생님이십니다.
‘국가란 무엇입니까?’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 두 선생님의 강의는 중요한 생각 지점을 공유해주었습니다. 국가나 민족 하나의 정체성에 얽혀 있으면 갈등과 차별은 심화될 수 있지만, 국적을 넘어서 개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넘으려는 노력이 있으면 평화는 올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의 선택과 삶을 통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김정태 선생님은 재일조선인으로서 차별 받았던 경험, 그리고 그 차별을 넘기 위해서 다양한 교류를 추진하고 평화교육을 펼쳐온 삶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무카이 아스카 선생님은 스스로 일본인이지만 일본 내 한국학교(민단학교)를 다니면서 차별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삶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다수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소수자의 정체성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항상 차별 받는 약자의 편에서 힘이 되겠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한·중·일 친구들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의 가치를 믿는 선생님들로 인해서 장벽을 허물어 가겠다는 친구들의 꿈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평화는 작지만 큰 선택들, 다수자의 자리에서 안전함을 느끼기보다 소수자의 자리에 서서 차별에 반대하는 용감한 선택들이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한 번 만나는 사람은 무수히 많지만, 두 번 만나는 일은 결심이 필요하고, 세 번 만나게 되면 함께 무언가를 꿈꾸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김정태 선생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는 더 만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