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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6) 천정배 대표, " 대북정책은 범국민적 역량을 모아 힘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1-01-12 17:46
조회/Views
2690

대북정책은 범국민적 역량을 모아 힘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부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2021년 새해의 첫 시작으로 천정배 대표님을 찾았습니다. 천정배 대표님은 지난 20대 국회까지 6선 국회의원으로 오랜 시간 정계에 몸 담으셨으며, 참여정부 때 법무부장관을 역임하셨습니다. 천정배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128일 오후 마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서 진행했습니다.



- 20년 이상 정치인 천정배로 살아오시다가 올해부터 비로소 자연인으로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다보니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가족들과도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것도 햇수로 꽤 지났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는 것 같아 참 머쓱합니다.


- 대표님께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1996년에 창립되었지요? 그 때 저는 이미 정치에 입문하여 초년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민족의 안녕과 번영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이해 화해협력, 공동번영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우리 정부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1996년 6월 창립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실 그 때도 남북 대치의 상황 속에서 북한 주민을 돕자는 운동이 이토록 확산될지 예상을 못했습니다. 저도 남북간 긴장을 허물고 북한의 어려움 상황을 돕기 위한 이 민간단체의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에 참여를 했습니다. 초기 우리민족에서 구성한 국회의원 자문위원단에 참여하여 몇 차례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지나 2008년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으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정치인이 공동대표를 맡는 경우가 없었는데, 갑자기 그런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의아한 마음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초기 국회의원 자문위원단 참여 이후 현재까지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 중에 제가 한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를 듣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을 했습니다.


  비록 정치인 신분이었지만,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민족에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공동대표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대표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 아무래도 2009년 5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기억이겠지요.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장을 둘러보고, 북한측 민족화해협의회와 여러 사업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성제약공장과 조선적십자종합병원 등을 방문했습니다. 이미 남북관계의 경색과 대부분의 민간차원의 남북협력사업이 중단되던 시기였기에 어렵게 방북이 성사되어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밟은 북한 땅도 반갑고, 북한 주민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한편으로서는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도 외국에서 열린 국제회의 등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꽤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이질적인 감정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서먹서먹한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경직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적대와 상호불신이 쌓여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한을 여러차례 다녀온 분들이 북한 사람들이 순박하고 정이 많다는 소감을 많이 전하곤 했지만 개인적으로 한 번의 방북으로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양가적인 감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남북의 상호 동질성의 회복하고, 화해와 평화가 정착되기를 더 염원하게 되더라고요.



2018년 남북 간 몇 차례의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이 있었지만, 결국은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로 현재까지 남북관계도 멈춰있습니다.


○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특히 북미 간에 냉전체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군사적 대치가 첨예하고, 상호 불신이 심각한 상태가 반세기 이상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그런 상황 속에서 무력대결 구도가 계속되면서 북한 핵문제가 불거졌습니다. 94년 북미제네바합의가 이뤄지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한때 있었습니다만 2002년 다시 제2차 북핵위기를 겪었습니다. 이후 9.19합의, 2.14합의 등이 있었지만, 사실상 파기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 문제고, 우리가 핵심당사자며, 우리가 중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정부는 성과도 북측에 돌리고, 미국에게도 성과를 돌리면서 겸손하게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면서 중재하는 역할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재 역할을 하되, 우리 정부의 로드맵과 포괄적 목표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일체의 진전이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재자 역할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정부가 북핵문제나 한반도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구체적이면서 단계별 목표 이런 것들이 주도적으로 세워져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 이슈를 바라보는 남남갈등 문제는 점점 첨예해지고 더 간극이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하고, 또 심각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북정책이나 남북 간의 주요한 정책과 같은 큰 얼개는 국민적 토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통일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이 확실한 주권국가로서 상대의 주권을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살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고 토론하면서 큰 얼개를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양쪽의 의견을 확인하고 국민여론을 점차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북정책은 범국민적인 역량을 모아서 일관되고 씩씩하게 밀고 나가야합니다.


  색깔론과 같은 냉전의 유산이 현재는 많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정파간 협력이 안 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아무리 외교와 관련해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정파적 이익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주제를 국민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다시 극한의 대립을 거듭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우리 사회 내 갈등도 매우 첨예합니다.


○ 90년대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같은 민간단체들이 생겨나고, 이 운동이 대국민운동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휴전선 이북의 주민들을 도와야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 식량의 절대부족으로 주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놓였다거나, 큰 규모의 재난이 닥쳐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 것과 같은 단기 긴급구호성 대북인도지원은 진보·보수의 구분 없이 전 국민적 동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긴급구호성 대북인도지원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개발협력이나 경제협력 등이 논의가 구체적이고 심화되는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전만큼의 동력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대북지원의 역사가 그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목표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부는 단기적으로 시혜의 관점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수혜자를 당장 돕자는 목표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르게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이 함께 더불어 잘 살자는 목표를 갖고 대북지원과 교류를 하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때문에 쌀, 비료 등과 같은 긴급구호성 인도지원에 적극 동참했던 분들도 한층 고도화·심화된 대북 개발협력이나 경제협력으로의 전환을 두고 생각이 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개발지원이라는 것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장비도, 인프라도, 기술도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간의 교류는 필수적이구요. 그것이 한국정부가 세계 곳곳의 저개발국가에 해외공적원조를 하는 기본적인 철학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을 상대로 하는 원조에는 그 철학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남북분단과 대결이 가져온 어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퍼주기’, ‘전용우려’ 등과 같은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목표의 차이가 우리 사회의 대북지원과 그에 따른 쟁점을 양산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어떤 길을 가야할까요?


○ 북한에서는 더 이상의 인도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몇 년 전부터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또 남한 국민들도 대북지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도 남북이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원칙 위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자고 하는 입장입니다. 바로 그것이 남북 정상간 합의한 남북교류협력의 대전제입니다. 그렇기에 대북인도지원과 같은 20년 전의 화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시기에 남북이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으로 당장에 실현 가능한 사업은 찾기 어렵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는 우리 국민과 기업에게도 이익이 가고, 북한의 지역과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발굴해야할 것입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그 최전방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같은 민간단체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지난 20여년의 남북사업의 경험을 우리 사회에 전수하고 공유하고 또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것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새로운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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