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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의 청춘을 함께 보낸 우리민족을 떠나며 - 강영식 前 사무총장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9-08-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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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 인사]

 

강영식 前 사무총장

 

저는 지난 23년간 제 청춘과 함께 하였고 이 일 아니면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활동가라는 자랑스러웠던 직에서 떠납니다. 요즈음 저의 두 번째 이름이었던 ‘강총장’을 떼어버리려니 문득문득 나의 정체성과 남은 인생의 길에 대해 자문(自問)하게 되는 데 아직까지 그럴싸한 자답(自答)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실무자로서의 저의 활동을 전적으로 믿고 밀어주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임원과 후원자분들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능력도 없었던 저를 대우해주고 도와주신 주위 시민사회와 각계의 선후배, 동료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뒷일에 대한 아무런 걱정없이 그만들 수 있도록 든든한 믿음을 준 홍상영 후임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처 후배 활동가들에게 동지적 인사를 보냅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 6월입니다.“생존의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은 우리의 한 민족이요 겨레입니다. 때문에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며 우리의 정성을 전달하는 것은 같은 동포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비록 분단의 세월은 길었지만 동포애는 결코 식지 않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음을 전합시다. 우리는 형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출범하였습니다.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창립은 50여 년간의 극단적인 이념의 시대를 보내고, 동포애를 통해 민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게 된 주요한 계기였으며 숱한 어려움에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앞장섰던 인도적 대북지원운동이라는 새로운 길이 이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대립과 갈등뿐이었던 민족에게 화해와 평화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감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23년은 우리 국민들의 나눔과 평화의 정신과 함께 한 23년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 또한 그 길에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었음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민족과 함께 해 온 지난 23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민족 일을 하면서 1996년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 문재인 정부까지 6개 정부를 경험하였습니다. 남측의 정부는 여섯 번이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남북관계의 극단적인 상황들을 경험하는 근본적 이유는 남북관계의 기본 속성에서 연유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대북지원과 교류협력 사업이 남북 간의 화해를 촉진하고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평화를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한반도의 분단은 본질적으로 적대적 대립이었고 적대적 대립의 근원인 분단의 본질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의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활동은 그 독자성과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또한 대북지원과 남측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북측의 기본적 인식도 여전합니다.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의 대북지원 활동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이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교류하고 협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체제에 대한 도전과 불안요소로 보는 이중적 잣대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지원사업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저해함으로서 우리 지원단체들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여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공고히 해나가는 데 매우 큰 장애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사무총장 임기를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시작과 같이 했습니다. 보수정권의 등장과 북한의 반발,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급속한 악화는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현격히 약화시켰습니다. 특히 인도적 대북지원을 마치 북한의 핵능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퍼주기식 지원’이었다는 왜곡된 논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못함으로서 우리 스스로 대북지원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지 못했음을 지금도 뼈아프게 성찰하게 됩니다.


또한 그간의 대북지원 사업에서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 게다가 평생을 다른 체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만나는 상황에서 얼굴 붉히는 일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북의 사람들도 변하고 저희들도 변했습니다. 아니, 변했다는 표현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한 90년대 말은 남북 서로간의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의 개념이 전혀 없던 북쪽 사람들은 저를 정보기관의 하수인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오해는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방북과 지속적인 만남으로 그러한 오해는 곧 불식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노력했지만 북쪽도 노력했습니다. 물론 관계는 좋아졌다가 또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사무총장인 제가 북측의 거부로 1년 8개월간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간도 지나고 보면 일시적이었습니다. 남과 북의 만남은 그 진척이 무척 더디지만, 그래도 꾸준히 무엇인가가 만들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분단 70년의 멍에를 극복하는 데 20년의 시간은 너무나 짧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위안하기도 합니다만.


올 해들어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우리 정부의 정책추진은 물론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활동에 여러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극적으로 전개된 평화와 번영을 향한‘한반도의 대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며 여전히 남북이 함께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하더라도 나눔과 평화의 정신을 실현해 나가는 일은 여전히 우리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으며 그러한 민간차원의 인도지원과 교류활동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북한’에서 벗어나 ‘새로운 북한’을 상대해야 하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이 민간단체들에게는 자칫 생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위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남북간 교류협력은 일방향적이고 일회적인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간 공동협력 사업을 매개로 남북한의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 이를 통해 평화공존을 증대시키는 포괄적 평화 측면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민간단체들이 앞으로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 평화공존을 위한 대북지원과 교류협력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주기를 바라며 그 가운데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활동가들이 항상 서 있기를 선배로서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조만간 새로운 일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물론 앞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지난 23년간 해 왔던 일들과 크게 다른 영역은 아니겠지만 또 다른 차원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각오와 시민사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저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격려와 용기를 주는 말씀도 계속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그 동안 매사에 서투르고 거칠기만 했던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홍상영 총장을 비롯한 후배 활동가들에게도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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