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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4) 김병준 대표, "우리 사회 내 인식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11-16 14:45
조회/Views
2674

우리 사회 내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불안정한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네 번째로 김병준 공동대표를 만나 말씀을 나눴습니다. 김병준 대표님은 피난민 2세로 창립 초기부터 후원자 및 보건의료 파트 자문으로 활동하시면서 2004년부터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계십니다. 치과의사이자 병원 대표,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양친사회복지회을 이끌고 계신 김병준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1021일 오전 소망재활원 집무실에서 진행했습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했습니까?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하 ‘우리민족’으로 줄임)과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가야해요. 당시 저는 김병준이라는 사람이 평범한 치과의사로서의 삶 보다 그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좀 더 정의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중에 당시 우리민족에서 근무하는 김현동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고, 그분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아 내가 이 일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피난민 2세입니다. 아버님이 함경남도가 고향이셨는데, 피난민 2세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통일운동이나 남북협력사업 등 이런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당시 우리민족에서 일하던 김현동, 송경민 두 분이 오셔서 저희 법인 직원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서 북한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이 일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부친 김경모 선생님께서 양친사회복지회 설립자로 알고 있습니다.


○ 조부모님이 구한말에 한양에서 함경남도로 이주하셨고, 그곳에서 아버지가 장남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머리가 좋으셨던지 독학으로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를 배우셨어요. 그러는 와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쟁을 피해 부산까지 내려오셨어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전쟁 미망인과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1953년에 양친회라는 국제민간기구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당시 아버지가 영어를 잘 하신다는 이유로 양친회에서 일을 하셨어요. 양친회는 지금의 성남중앙병원 자리에서 무료 진료소, 무료 탁아소를 운영하셨고, 아버지께서는 그곳의 힘든 이웃들을 돌보는 데 삶의 보람을 가지셨어요. 1972년 양친회가 한국에서 철수했어요. 아버지께서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양친사회복지회라는 사회복지법인을 세우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종합병원을 열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으셨기에 병원 수익을 그대로 중증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든 것입니다. 그 후 아버지께서 연세가 많아지면서 아버지의 정신을 제가 이어나가 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아버지께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2004년에 아버지가 물러나시고 제가 양친사회복지회의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 우리민족에서 기억나는 경험은 무엇입니까


○ 우리민족을 통해 첫 방북을 한 것이 아마 2001년 2월 초로 기억합니다. 당시 트리플 2000이라고 해서, 축협과 함께 2000년에 2000만 북한동포에게 2000만 개의 달걀을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배로 달걀을 전달하는 인도요원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엄청 추운 날씨에 바닷물이 중간중간 얼어 있더라구요. 얼음을 깨고 겨우겨우 남포항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북한 세관원이 배에 올랐고, 이후 아주 고압적으로 배의 물건 뒤지고 그러더라구요. 정말 말로만 듣던 북한 땅을 밟았는데, 당시 미얀마 선원들은 정말 경황이 없더군요. 당시 남포항에서 바라본 산에는 민둥산이었고, 도선사 그 분 말이 북한이 형이고, 남한이 동생이다. 그러나 형은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조국을 수호하느라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니 운 좋게 돈을 번 남한에서 형을 좀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뭐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반박하기보다는 이 또한 분단의 단면이구나 생각했습니다.


- 치과의사로서 보건의료분야 사업에도 참여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 2000년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대북사업이 활발하던 시기여서 우리민족을 통해 다양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보건의료분야는 이일영 대표님, 현봉학 교수님께서 아주 열심히 하셨고 세계보건기구(WHO)와의 협력도 활발했습니다. 이후 WHO 사무총장을 하셨던 이종욱 선생님께서 당시에 WHO의 대북긴급구호 분야의 발표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도 한 명의 치과의사이자 우리민족의 일원으로서 훌륭하신 많은 분들과 함께 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보조 역할에 불과했지만, 이종욱 전 총장님께서 북한과의 긴급구호 및 보건의료 사업 추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을 이런 세미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보람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그런 보건의료계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구요. 저는 감사하게도 배움과 교류의 장을 우리민족에서 많이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민족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 지금까지 우리민족의 대북사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피난민 2세로서 우리민족돕기가 아니라 친척 돕기라고 생각하면서 여기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분들과는 다른 역사적 책임감, 사명감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 정부와 민간의 구분된 역할이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이 설사 남북관계의 악화와 맞물려 중단되더라도 민간에서 추진하는 인도적 사업 등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민간단체의 인도적 사업은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행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전쟁 중에도 적군의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사 나중에 완치된 적군 환자가 아군에게 총을 겨누어도 말입니다. 그것이 조건 없는 인도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 앞으로의 우리민족 남북협력사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최근 몇 년간 우리민족이 지금까지 잘 해왔던 대북사업을 못하니까 조직이 많이 위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려울수록 돌파구는 우리 남한 사회에서 찾아야 한다고요. 남한의 여론은 북한이라는 대상을 두고 입장이 아주 극단적으로 갈아져 있습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나라가 반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 저쪽을 가르는 기준도 원칙, 명분, 실리, 경험 이런 것들이 아니라 내 편 너 편이 중요 한 것이 되었지요. 통일운동, 평화운동, 북한과 관련한 일을 하는 단체들에게도 과거보다 더 힘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북한을 상대하는 것보다 남한 내 반대여론을 상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북한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 제가 소망재활원 등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이웃과 주변 사람들의 편견이었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기관도, 정부도 이 인식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긴 시간 말입니다. 그저 불쌍한 사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볼 것인가. 이런 질문을 했던 거죠.


저는 우리가 북한 동포, 북한 권력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반대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인식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 인터뷰를 맺으며


○ 지금까지 우리민족이 아무도 가지 않던 북한과의 남북교류의 길을 어렵게 개척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인도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밟힌바 있고, 지금 남북관계와 주변국의 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같은 길만 가겠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과 긍정적 상황이 오더라도, 지금과 같은 남남갈등과 극단적 대치는 우리민족과 같은 민간단체의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인식개선과 여론형성에 더 많은 힘을 쏟아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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