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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축구 이모저모 2) 코로나와 스포츠, 평화 — 국제 스포츠날 맞아 온라인 세미나 진행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04-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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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

4월6일 ‘발전과 평화를 위한 국제 스포츠의 날’을 맞아 전세계의 주요 스포츠 관련 단체들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최근 몇 년 동안 평화축구 현장에서 혹은 온라인을 통해서 이날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된 상황에서 전 세계 주요 스포츠 관련 단체들은 스포츠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SNS 행사 또는 화상회의인 웨비나를 개최했습니다. 웨비나(Webinar)는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지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세미나를 말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지난 4월6일에 한 진행된 웨비나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웨비나는 유네스코 청소년 태스크포스 위원으로 파키스탄 소재 스포츠 관련 복지단체 설립자인 우메르 아시프(Umair Assif)가 주최하고 전 세계 발전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 분야의 학자와 단체 관계자 등 10명이 참여했습니다. 웨비나 참여자의 국적과 거주국도 아주 다양한데, 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웨비나의 주요 주제는 ‘코로나19 정국에서 스포츠의 역할은 무엇일까?’였습니다. 저는 이번 웨비나 참여를 계기로 발전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역할에 대한 저의 고민들을 다시금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스포츠가 해야 하는 어떤 역할이 있는지, 역할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어떻게 수행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지, 더불어 한 사회에 스포츠가 가진 역할에 대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등등이 제가 일상적으로 갖고 있던 고민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번 웨비나를 통해 이러한 고민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다 찾은 것은 아닙니다.


웨비나는 이곳 한국 시각으로 4월6일 저녁 7시에 페이스북 라이브로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저녁 8시였고, 에콰도르에서는 새벽 5시였습니다. 웨비나에서 논의된 내용은 아주 많았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집 안에 머물고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통해서라도 정신적 건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여성 스포츠팀 활동을 운영하는 단체의 한 관계자는 팀원들이 함께 모이지 못해도 이 위기가 끝날 때까지 관계를 끊지 않고 계속 연락을 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특히 여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여성들이 가장 폭력과 성폭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등 코로나19가 몰아온 지금의 환경이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는 단체 관계자 두 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의 주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생활환경과 불충분한 의료 시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보건 체계가 코로나19를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웨비나 참여자 두명은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가 제한적인 역할만 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스포츠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스포츠의 강점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한다면 협력과 갈등 상황을 다루는 연습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협력을 넘어서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움직일 때 창의성이 발휘되고, 그 창의성은 갈등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미술, 연극과 무용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포츠의 경우에는 운동을 초월하여 인간관계 발전과 평화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다른 전제 조건들이 필요한데,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는 그렇게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평화를 위한 스포츠 분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스포츠의 정신으로 세계의 병폐들을 다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입니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한데, 이는 스포츠 정신이 평화롭고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유럽과 북미에서 횡행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단순화한 도를 넘은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공공 영역에서 계속 반복되어서, 오히려 스포츠가 가진 적절한 역할, 스포츠가 진짜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공헌과 순기능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포츠든 음악이든, 하나의 문화적 분야가 사회공헌 영역에서 독점을 하거나 할 수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문화예술 도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음악은 여러 사람들에게 희망이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관현악단 공연이 인터넷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발코니에서 이루어지는 떼창으로 각 가정의 많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모든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보다 상황과 지역 맥락에 따라 스포츠가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이 저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웨비나는 이후 스포츠의 가치와 스포츠 정책 등 몇 개 다른 주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번 웨비나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교육을 주제로 이곳 한국사회에서 활동하는 제게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 갈등의 맥락에서 스포츠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웨비나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던 말이 있습니다. ‘2018년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 단일팀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 지금에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저는 이러한 말에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평창올림픽 이후 불과 1년 만에 한반도 평화과정은 흩어져 버렸습니다.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에는 여론이 조금 변화하기는 했지만, 단일팀이 논의되던 처음에는 한국의 19~39살 젊은이들 중 80% 정도가 단일팀을 반대했습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있었던 축구 월드컵 예선전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어느 스포츠 기자는 BBC 뉴스에 나와 “지금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러한 것들이 두 나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스포츠보다는 정치인들의 선전 술책(PR stunt)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권 침해와 생활 스포츠의 부재, 대규모 스포츠 대회 주최에 투입되는 예산 논란, 환경 파괴, 그리고 앞서 언급한 남북 국가 대표팀 교류에 종종 언급되는 단일팀 논란 등으로 인해 한국의 시민사회에는 스포츠가 가지는 순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강조했듯이 스포츠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스포츠는 그 단독으로는 평화를 정착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치열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포츠가 여전히 평화로 가는 우리의 여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웨비나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스포츠는 협력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는 연습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의 접촉 이론에 따른 주장입니다. 접촉 이론에 따르면, 두 집단이 만나서 선입견과 편견을 뛰어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분단을 넘어 서로 만날 때에 관계가 전환되고 상호 이해 및 공감이 증진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각 집단에 평등한 참여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공통된 목적을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고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스포츠 활동을 매개로 평화교육을 진행하는 평화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화축구교실을 진행할 때 스포츠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육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평화축구에서는 일반적인 축구 규정을 변용해 5가지의 평화가치(존중, 공평, 포용, 책임감, 신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5가지 가치들과 포괄적인 평화 개념은 객관적인 의미가 없으며 평화축구 참여자들이 주체성을 실현할 때 그 의미가 부여됩니다. 평화축구교실 진행자는 각 게임에 나타나는 가치나 논쟁점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어린이와 함께 논의하여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러한 평화축구교실은 평화교육으로서 여러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는 교과서보다 더 재미있게 다가갑니다. 

2) 평화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3) 배움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 옵니다.

4) 교실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5) 내용보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 즉 평화축구가 운영되는 방식(토론식, 참여형, 성찰)이 중요합니다.

인간관계는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갈등의 장기적인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경쟁심을 낮추고, 공통된 목적을 세운 바탕에서 스포츠가 조심스럽게 진행된다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를 증진하는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댄 가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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