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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매년 함께 하는 신년음악회 만들고파 (이철주 문화기획자)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04-03 17:34
조회/Views
3041

“남과 북이 매년 함께 하는 신년음악회 만들고파”


 

북한 음악에는 고유의 우리 전통을 살려낸 특성 있어

북한 예술을 접하고 남북예술교류를 꿈꿔.. 현재는 통일신년음악회의 총괄 기획자로

남과 북의 더 많은 접촉점을 만들어 교류를 증진해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뉴스1과 공동 주최한 ‘2020 통일신년음악회-하나콘서트(이하 통일신년음악회)’가 지난 25일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예술을 통해 촉진시키는 통일신년음악회는 지난 2018년 시작되어 올해로 3회차 공연을 끝마쳤다.

통일신년음악회를 기획·총괄하는 이철주 예연재 사무총장은 북한 예술의 전문가로 남북 예술교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통일신년음악회의 기획 의도를 듣고 남북예술교류의 다양한 측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철주 사무총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아래 글은 간담회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예연재는 2019년 초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남·북 그리고 해외 민족 문화의 교류, 연구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철주 총장 (사진: 김성헌 사진작가)



-통일신년음악회를 3년 동안 개최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음악회를 이끌어 오신 소감이 어떻게 되시나요?

“처음 음악회를 기획할 때는 남북 합동 음악회가 되기를 바랐는데, 악화된 정세 때문에 남쪽 단독으로만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네요. 사실 3년이나 갈 줄은 몰랐습니다. 북쪽의 음악에 대해 ‘시민들이 호응을 할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갈수록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내년 4회 차 공연부터는 서울과 수원에서 개최를 할 수 있게 돼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 북측의 음악을 남쪽 사회에 소개하는 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99년도에 평양국제음악회 기획에 참여하면서 북쪽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대단한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남쪽의 자본과 북의 인력, 그리고 콘텐츠가 결합되면 우리가 말하는 한류의 세계화가 가능하겠다, 바로 이거다! 이런 생각을 했죠. 지금 남쪽에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공연 예술이 있을까요? 국악은 퓨전화되었고, BTS라는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이는 조금은 다른 영역이겠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이 고유 명사로 남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말하는 거예요. 북쪽의 예술에 대한 콘텐츠를 찾으면서 <평양에서의 약속>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본 영화 중에서 북측의 음악과 무용을 가장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에요. 그리고 또 재미있게 본 작품이 교예가를 꿈꾸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인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였어요. 뭐 그런 식으로 해서 시작이 된 거죠.”

 

- 북쪽 예술과 음악의 전반적인 특징과 흐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과 북의 예술을 이야기할 때도 보통은 동질성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다른 면도 많습니다. 남과 북의 예술과 관련해 저는 동질성이 형식적인 면은 모르겠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제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예술 분야에서 유일하게 남은 고리는 우리의 전통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는데요, 북쪽의 음악은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고 계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 북한은 개량악기의 제작과 보급에 힘썼습니다. 예를 들면, 남쪽의 전통 해금은 켜는 활이 줄 안에 있는 반면 북쪽의 해금은 서양의 첼로처럼 바깥에서 줄을 켭니다. 이런 변화의 출발은 서양 음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서양의 것이라도 북쪽은 이런 것들을 수용해서 사회주의 예술을 세계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악기 개량화와 배합 관현악으로 북쪽은 자신의 음악을 그 자체의 정체성으로 바꾸어 내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거죠.”

 

- 북쪽의 예술 작품을 남쪽에서 공연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아무래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북쪽 작품을 들여오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남북 관계에는 현행 법령 상 아직 규제가 많습니다. 일단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 챙겨야 할 게 많죠. 예술 교류에서도 다룰 수 없는 내용이 있습니다. 북쪽의 지도자나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은 아직 부담이 큰 부분입니다. 이에 더해 남쪽에서 공연하고자 하는 북쪽 작품의 예술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증명해야 할 필요도 있고요. 북한에 피바다가극단이라는 예술단이 있는데, 이 예술단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피바다가극단의 이름 자체에 우리는 보통 거부감을 가지고 있죠. 예술성 있는 북쪽 예술단의 내한 공연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화기획자로서 북측 음악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생소한 음악을 연주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먼저 어떤 공연이든 좋은 극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롯데콘서트홀이라는 좋은 장소를 빌리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연주력이 탁월한 오케스트라가 와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요소로 좋은 지휘자를 섭외해야 합니다. 훌륭하신 지휘자가 물론 남쪽에 많이 있죠, 그런데 대부분 서양에서 지휘법을 배우고 오다 보니 북쪽 음악의 맛이 잘 안 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북한에서 직접 수학하신 분을 찾아서 지휘자로 내세워야 하는데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기 위해서는 너무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아야 하죠. 북한 노래만 하면 너무 모르는 노래만 공연 내내 연주될 수 있으니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서양의 음악도 조합했습니다.”

 

-생소한 북쪽 음악을 연주할 때 남쪽의 오케스트라는 어떤 방식으로 연습하게 되나요?

“일단 편곡이 매우 중요합니다. 편곡을 잘 해 그 악보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전달을 하지요. 단원들이 개인 연습을 한 뒤 모여 몇 번 전체 리허설을 하게 됩니다. 올해는 총 4번 정도 리허설을 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우리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량을 생각하면 적은 수도 아닙니다."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20 통일신년음악회'에서 멋진 합주를 선보였다.



-남북예술교류 사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경험을 하시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람들의 선입견이라고 봐야죠. 뭐 정책 결정권자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조차 북한의 예술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인권 유린과 북한 예술을 연계해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장시간 연습시키고 이런 것들이 인권 유린이라는 거죠. 또한 북한 예술이라고 하면 무조건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학교를 이해하면 인권 유린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고, 선입견을 버리면 북한의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른 걸림돌은 저작권입니다. 제도적인 문제인데, 사실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들은 저작권이 소멸되어서 대부분 큰 비용 없이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북한 대중들에게는 무료입니다. 그런데 남쪽에서 북쪽 음악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북한 음악의 저작권을 대리하는 곳에 상당한 돈을 내야 합니다. 물론 북한의 저작권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시민단체나 통일단체에서 북쪽 음악을 소개하기 위한 무료공연이나 남북예술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여는 음악공연에는 저작권료를 면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런 예술을 통한 남북교류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어떤 게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부 차원에서 예술교류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고 예술교류에 관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죠. 북측 공연의 레파토리와 북측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해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그리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이런 예술교류 영역에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탈춤 교류도 좋고, 여러 세계의 유명한 오케스트라를 북한에 초청하는 방법 또한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교류를 지속해 가는 것이라고 봐요. 남과 북의 사람이 직접 만나기 전이라도 문화와 예술 등의 다양한 교류를 해서 서로간의 이해를 높여 내어야 합니다. 이런 단계를 거쳐야 남북이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음악은 모든 논리적, 정치적 과정을 건너뛰는 감동을 주기 때문에 가장 좋은 남북 교류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요. 더불어 이념과 정치를 걷어내고 봐야 북쪽 예술의 본질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약속된 언어라 통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가까운 미래에 기획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북측 같은 경우 매년 초마다 설맞이 공연을 진행합니다. 이게 북의 전통인데요, 설맞이 공연을 끝내고 남쪽에 내려와서 합동 공연을 같이 하면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연 초에 합동 공연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이후에 우리 오케스트라도 북으로 올라가서 같이 공연을 하는 거죠. 통일신년음악회와 관련해서는 엔딩 곡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남과 북이 함께 작업한 엔딩 곡을 만들고 싶어요. 북쪽은 보통 집체적으로 음악을 만들죠. 거기에 남쪽의 작곡가가 붙으면 그대로 남과 북의 합작 음악이 나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으로 북한 예술을 한국에서 연주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는 선입견을 없애고 민족성을 회복하기 위함이죠. 또 음악으로 평화를 불러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과 평화가 연관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사라예보 내전에서도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라는 첼리스트가 보름 가까이 오후 4시에 첼로를 연주했고, 그 시간대에는 내전이 멈췄죠. 이게 예술의 힘입니다. 중국이 개방되고 나서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이 파바로티에요. 이런저런 사례를 보았을 때 음악이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남과 북의 평화를 불러오는 게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더 나아가서, 통일신년음악회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가 아는 평화통일음악회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심도 있고요. 결론적으로는, 평화의 정착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철주 총장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악과 예술이 평화에 큰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음악은 사상을 초월한 언어이기 때문에 남북음악교류는 한반도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였다. 글을 정리하면서 단순히 거대한 남북 안보 담론에 매몰되기보다,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해 안보 이외의 접촉점을 늘려가고 서로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해 가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통일신년음악회가 10년, 20년 그리고 평화가 정착하는 그날까지 계속되어 남과 북의 접촉점으로 기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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