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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비폭력문화의 전파, 스포츠 ODA - <서울 스포츠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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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1-06-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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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5
[편집자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댄 가즌 전문위원의 쓴 글이 서울특별시체육회 매거진 <서울스포츠> 6월호에 실렸습니다. 매달 가장 중심으로 다루는 칼럼인 딥다이브 코너에 이번에 소개한 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 스포츠 ODA’이며 평화축구 관련한 글은 "평화와 비폭력문화의 전파, 스포츠 ODA" 입니다.

“만약 성공에 필요한 조건을 신중히 갖춘다면 스포츠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 있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말했다.

이렇듯 필요한 조건이 꼼꼼히 갖춰질 때 스포츠는 평화 과정의 퍼즐에

중요한 한 조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혐오, 편견, 그리고

매우 파괴적인 갈등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다뤄야 한다. 


고착화한 갈등 상황에서 스포츠의 강점

다양한 사람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스포츠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협력과 갈등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움직이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다수의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구축 프로그램은 접촉 이론에 기반한다. 접촉 이론에 따르면, 두 집단이 서로 만날 때 선입견과 편견을 뛰어넘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각 집단에 평등한 참여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공통의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또한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고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평화축구(Football4Peace) 프로그램도 이와 같이 갈등 상대 집단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연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평화축구–Football 4 Peace를 비롯한 평화를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

2001년 이스라엘에서 아랍인과 유대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평화 축구가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 북아일랜드, 감비아, 컬럼비아와 한국에서 어린이 대상 평화교육 및 갈등 해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아일랜드와 이스라엘의 갈등을 경험한 영국 브라이튼대학교(University of Brighton)의 한 교수가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발전시켰으며 이후 각 나라의 현장 진행자들이 현지의 맥락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각국은 프로그램을 위해 나름의 자금 조성 모델을 갖고 있는데, 유럽에서 진행하는 평화 축구의 경우 유럽연합 기금이 투입된다. 

10여 년 전 필자는 평화 축구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인턴으로 활동하던 시절, 한국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한반도 평화구축 활동의 하나로 평화교육 확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둘의 열정과 고민이 만나 2013년 10월 서울 상암동의 한 풋살장에서 평화축구코리아가 탄생했다.

평화축구코리아 프로그램은 다양한 체육 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이 협력과 갈등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평화 가치들을 계속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평화 가치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참가자들이 이 가치들에 익숙해지고 논쟁점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포츠의 장점은 명백하다. 많은 어린이에게 스포츠는 교과서보다 훨씬 매력적이며, 교육 시간이 끝난 후에도 배움을 계속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더 유용하다. 체육 활동 과정에서 배움의 순간은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어린이들은 추상적인 평화 개념을 넘어 평화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게 되고, 운동장에서 배운 것을 일상생활에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평화 축구뿐 아니라 많은 프로그램이 스포츠를 활용해 비폭력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피스플레이어(Peaceplayers)라는 농구 프로그램은 북아일랜드, 키프러스, 이스라엘과 남아공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분쟁 지역에서 스포츠 ODA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는데, 한국국제협력단이 2007년 시작한 동티모르 스포츠 교류가 그 대표적 예다. 가난과 내전으로 황폐화된 2004년 동티모르를 배경으로 유소년 축구대표팀과 한국인 김신환 감독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맨발의 꿈>(2010)은 스포츠가 지니는 힘과 함께 동티모르 스포츠 교류사업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스포츠 ODA 추진 시 주의점

스포츠 ODA는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스포츠 ODA로 대변되는 발전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들은 개인의 능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를 통해 불평등 극복을 위한 사회와 제도 변화를 시도하는 대신, 저개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경쟁적 시스템에 더 잘 적응하여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규정에 기반한 스포츠는 이러한 측면에서 쉽게 남용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ODA 프로그램은 내용과 진행 방식에 있어 아주 세심하고 치밀한 기획과 실행이 요구된다.

평화를 위한 스포츠 분야의 발전에 있어 또 하나 걸림돌은 스포츠 정신으로 세계의 병폐들을 다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한데, 이는 스포츠 정신이 평화롭고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스포츠가 지닌 적절한 역할, 스포츠가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순기능을 간과하게 만든다. 따라서 스포츠 ODA를 추진함에 있어 스포츠가 모든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보다는, 상황과 현지의 맥락에 따라 스포츠가 행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현지인과 함께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공동의 목표 아래 세심히 기획한 스포츠 프로그램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마음을 움직이고, 궁극적으로 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한반도를 비롯해 고착화한 갈등 상황에 놓인 사회를 평화롭게 바꿔내는 것은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그런 일은 몇 세대가 지나야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3% 소금이 전체 바닷물을 짜게 만든다. 스포츠 ODA 작업은 이 변화의 지점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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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댄 가즌(Dan Gudgeon)은 영국인으로 고등학생 때 이라크 전쟁 반전운동에 참여하면서 평화를 만드는 활동가를 꿈꾸게 됐고, 대학에서 평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에 와서 1년만 있다가 다시 영국에 돌아갈 생각도 했지만 그것이 벌써 12년 전이다. 2013년 평화축구코리아 설립 때부터 평화축구 진행자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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