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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5) 손진우 대표, "바로 보게 되면, 바로 알게 됩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11-24 14:56
조회/Views
2626

“바로 보게 되면, 바로 알게 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부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순서로 손진우 공동대표를 찾았습니다. 손진우 대표님은 올해 5월 제33대 성균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성균관은 한국 유림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7대 종단의 하나로 꼽힙니다. 손진우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113일 오후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진행했습니다.

   

- 성균관장 취임한지 5개월 여 지났습니다.

○ 벌써 5개월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바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께 찾아뵙고 감사인사도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하 ‘우리민족’으로 줄임) 대표님과 사무처 직원들도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셨고, 또 축하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국 각지에 향교와 서원 등이 많다보니 지방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고 있어요. 많이 배우고 들으면서 하나씩 업무를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 신임 성균관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계신 일은 무엇입니까.

○ 제가 관장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할 문제가 바로 미완의 성균관연수원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천안에 성균관연수원을 짓고 그곳에서 다양한 행사와 교육을 진행하고자 했었는데, 예산 문제로 미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성균관과 지역의 서원, 향교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 집행절차가 투명하지 못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창구를 성균관으로 일원화해서 그 다음 성균관이 이를 각 지역 서원, 향교에 배분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출범할 때, 6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 유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성균관장으로, 또 우리민족의 공동대표로서, 대북 교류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인적교류와 문화교류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성에도 고려시대 유교 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에서 이 성균관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더라구요. 저는 개성의 다른 장소에 박물관을 짓고, 현재 성균관 내 유물을 그곳으로 옮겨, 개성 성균관이 본래의 기능과 모습을 되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북의 성균관이 함께 문화재를 복원하고 남북 간의 교류를 펼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북 성균관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도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유교도 한국 7대종단에 포함이 됩니다. 과거처럼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함께 북한을 방문해 여러 사업을 논의하게 되면 남북 종단 차원의 큰 역할도 해야겠지만, 유교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할 사업들이 많습니다. 지금 당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물질을 중심으로 한 교류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성균관은 사람과 문화에 중심을 둔 남북교류를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 7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북한 공부를 시작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셨습니다.

○ 당시에 제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이사로 위촉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북관계·통일 분과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쪽을 전혀 몰랐습니다. 남북관계를 좀 알아야 앞으로 일을 똑바로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주변의 소개를 받아 북한대학원대학교 최완규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지만 재밌었습니다. 공부에 관해서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제가 젊을 때 공부를 시작했다면, 분명 목적이 있었겠죠. 더 좋은 직장을 찾고, 더 좋은 조건에서 돈을 버는 그런 목적이요. 그렇지만 제가 나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하니 별 목적이 없더군요. 그러니 자연스레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즐기다 보니까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한 교실에서 손자뻘하고 같이 공부하는 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즐기다보니 늙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공부해서 어디 써먹을려고 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공부하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 지금까지 우리민족의 대표단으로 개성과 평양을 방문하셨습니다.

○ 2018년 우리민족 대표단으로 여러 대표들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80세가 넘었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양 땅을 밟아본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했죠. 과거 우리민족의 사업장을 방문하고, 새로운 남북협력사업의 재개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민족화해협의회 김영대 회장과 만찬 때 나눴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김영대 회장에게 “지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과거와 같은 개발협력사업 등은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남북 주민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러니 김영대 회장이 제 말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외국과의 교역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광을 수입원으로 찾고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남측 주민들의 관광 방문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돈도 벌어야지만 그 전에 사회주의 체제 유지가 더 우선됩니다. 외부의 바람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 사상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장마당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자본주의 거래라고 통제하였지만, 지금은 장마당을 공식화했습니다. 더 이상 통제를 못하니 차라리 합법화해서 세금을 걷자고 한 것이지요. 관광을 비롯한 남북 주민간의 교류가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이 어렵지 시작만 할 수 있다면, 그 힘은 꽤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 북한 공부를 시작하고, 대북협력 시민사회단체에서 대표를 역임하실 때 주변의 걱정은 없으셨습니까.

○ 제가 북한 공부를 시작하니깐 주변의 친구들이 농담 삼아 저보고 “빨갱이 다 됐다”고 하더군요. 잘 몰라서 배우고자 어려운 결심을 한 사람에게 빨갱이라고 하니 웃음이 나더군요. 저는 경북 포항 출신에, 한국전쟁을 겪었고,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사람입니다. 우리 형은 한국전쟁 때 다리 하나 잃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 성장배경을 갖고 있는 저도,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는 만큼 많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알면 바로 보인다는 것을 늦은 나이에 깨우쳤습니다. 피상적으로 관념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이, 구체화되면서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래서 사람을 나이가 들면서 더 배워야한다고 하나봅니다. 독일, 예멘 등의 분단과 통일의 역사와 남북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제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선/악으로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니, 다양한 관점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더군요. 제 스스로가 가장 놀란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 말씀대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양극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 저는 우리 세대 또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대북 적대감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젊을 때는 우리 사회의 대북 적대감이 우리를 뭉치게 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감정이 미래 세대들에게 계속 유효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통하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반대로 한민족이니 북한이 무슨 행동을 하던 다 이해하고 포용해야한다는 것도 어림없는 생각이지요. 어차피 하루 아침에 통일은 안 됩니다. 그냥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하자 이런 태도로 가는 게 바람직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희는 너희대로 살고, 우리는 우리대로 살고 이렇게 가자. 물론 누가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닌 평화를 지향하는 사이로써 말입니다. 나중에 합쳐서 살지 말지 그 때 남북의 미래 세대들이 결정하지 않겠습니까.

- 성균관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가 있으시다면

○ 성균관이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불행합니다. 격차, 차별, 비교, 경쟁 등이 만연해진 우리 사회에서 성균관이 앞장서서 가족, 공동체, 효, 윤리 등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보다 폭넓게 확대하는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옛 것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을 찾아 현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으로의 유교 정신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그런 성균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저한테 주어진 전국 유림들의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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