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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정책] 북한식량수급 현황조사 (1997년 6월말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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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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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보고서
북한식량수급 현황조사 (1997년 6월말 현재)
I. 서론

150년전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들어 약 50만명 이상이 죽었다. 이때 영국에서는 지원이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외면하였다. 그때 이후로 아일랜드사람들의 영국에 대한 적대감은 아직도 가슴속 깊이 남아있고, 때로는 그것이 국가간의 대립상태로 진전되기도 하고 있다. 요즘 남북한 간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재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백만명이 아사에 직면해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대량아사상태를 맞이 할 것이라는 국내외 구호단체들의 주장에 反하여, 통일원이나 외무부 등을 통해 나온 정부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식량위기는 어느정도 해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식량수급현황에 대한 각 조사주체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대량아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일이기에, 서로의 입장을 증명하기 보다는 신중을 기해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분석을 하기위해서 다음과 같이 조사분석을 한다.
첫째, 각 추정주체별 96/97년 식량수급현황
둘째, 정부의 분석방식에 따른 97년 6월말 현재 북한의 식량상황
셋째, 사용된 자료와 분석방법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
넷째,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한 6월말 현재 식량현황(배급기준별)
그리고, 결론부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량아사위기에 대한 총체적 분석과 향후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전망을 모색한다.
어떠한 통계상의 수치나 기법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북한동포들이 대량아사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II. 본론

1. 각 추정주체별 96/97년 북한의 식량수급현황
[표1] : ※2쪽 참조

2. 97년 6월말 현재 북한의 식량수급현황

추정주체에 따라 여러 가지 많은 자료가 있지만, WFP의 97년 6월3일 보고서와 통일원의 97년 6월 30일 보고서를 기준으로 분석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⑴ WFP와 남한정부의 북한식량수급현황 비교
[표2] 참조


⑵ WFP와 정부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 정부의 북한식량현황 분석
1) FAO/WFP 의 자료
FAO/WFP의 1997년 6월 3일 특별보고서(표2 참조)를 근거로 남한 정부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리고 있다. WFP는 현재 북한주민 한사람당 연간 식량소비량을 쌀 100Kg과 옥수수 67Kg으로 상정하고 있다. 북한인구를 2,300만명으로 추정하고, 하루평균 약 452g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UN권고치가 600-800g을 상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52g정도로 배급기준을 정한 것은 북한의 식량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FAO/WFP의 자료를 정부의 방법대로 분석해보면, 북한은 6월 30일 현재 59만톤의 식량재고량이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86.5만톤이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2) 정부의 자료
통일원 97년 6월 30일 조사보고를 근거로 남한 정부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총수요량 570만톤에서 ‘자체절약분 100만톤’을 뺀 470만톤을 실재수요량으로 하여 분석한 것이다. 이 자료를 정부의 방법대로 분석해보면, 북한은 6월 30일 현재 122만톤의 식량재고량이 있으며, 오는 10월말까지 25.4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3) 정부의 두가지 분석에 대한 비교평가표
[표3] 참조

3. 사용된 자료와 분석방법에 대한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

이상에서 사용된 자료와 분석방법에는 북한의 식량상황을 상당히 왜곡시킬 수 있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⑴ 북한의 96년 총 생산량은 모두 과대하게 추정되었다.
96년 총 생산량의 추정치를 보면, WFP(97년 6월 보고)는 약 287.4만톤,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97년 2월 보고)는 250만톤에서 200만톤, 한국정부(97년 6월 보고)는 369만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추정치를 (표3) 남북한 농업 생산성지표 비교와 (표4) 남북한 곡물생산량 추이를 통하여 남북한의 농산물 생산량과 비교하여 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
옆의 표에서도 나타났듯이 최근 4년간(93-96) 한해 평균 곡물생산량은 550만톤에서 570만톤이고, 1헥타르당 생산량은 평균 4톤 정도이다. 반면에 동일한 기간 북한의 한해 평균 생산량은 350만톤에서 400만톤 이상이고, 1헥타르당 생산량이 평균 2.5톤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품종과 비료, 기계화 장비, 관개수로 등의 시설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고, 기후조건이 좋지않고, 토양이 척박하고, 다락논이나 다락밭등 농경지의 입지가 남한과 비교해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생산량이 350-400만톤이상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다가 대홍수로 인한 농경지유실과 노동력 저하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에서는 보온못자리를 이용해서 5월에 모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천수답상태에서 7월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조건상 9월중순이나 10월 중순 사이에 수확을 해야 하는데, 생육기간이 2-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가뭄과 병충해, 비료부족, 장비부족, 노동력저하로 올해 식량생산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이상의 상황을 살펴볼 때, 북한이 한해동안 350-400만톤 이상의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외국자료에도 생산량이 높게 잡혀있는 것은 과거 북한정부가 경쟁심리로 외부에 생산량을 과대하게 발표한 것을 판단 기준으로 하기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⑵ 96년에 발생한 조기수확 소비량은 97년 공급량이 될 수 없다.
96년 생산량중 홍수피해와 조직수확 소비량으로 인한 생산량 감퇴가 평균 100만톤 이상된다. WFP의 96년 12월 6일 특별보고서는 ‘1996년 총 곡물생산량은 496만톤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벼를 쌀로 전환한다면 생산량은 약 430만톤으로 낮아진다. 그리고 옥수수 생산량의 50%인 116만톤 정도가 심각한 식량난 때문에 익기도 전에 8월과 10월사이에 소비되었다. 그리고 홍수로 유실된 약 30만톤을 감안하면 96/97회기년도에 사용가능한 곡물은 약 284만톤 정도이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큰물피해대책위원회의 1997년 2월3일 담화문에도 96년 6월부터 12월까지 조기작황소비량이 약 102만톤 발생했으며, 홍수피해가 30만톤이라고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97년 7월25일 정책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96년 6월에서 10월동안 약 60만톤이 조기작황되어 소비되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기존 정부의 자료중 96년 생산량은 369만톤에서 조기작황소비량을 빼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⑶ UN 구호 권장량은 하루평균 최소 600g에서 800g이다.
WFP나 정부의 자료중 총수요량에 포함되는 식용으로 산정된 양은, WFP의 경우 인구 2,300만명을 기준으로 1일 1인 약 452g을 산정하고 있으며, 정부는 560g을 산정하고 있다.
에디오피아나 르완다 난민지역에서도 600g에서 800g을 기준으로 배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겨우 기초신진대사만 유지하는데에도 하루에 곡물이 429g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710g이상은 필요하다.
겨우 목숨만 유지할 수 있는 양을 배급기준으로 삼을것이 아니라, 최소한 노동이 가능한 정도는 배급되어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⑷ 기초비축량과 연말재고량은 항상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초비축량은 어떤 국가든지 나름의 산출근거로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실재 소비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말 재고량 역시 그 다음해의 기초비축량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96년 연말재고량도 실재 총수요량에 포함되어야 한다. 96년 기초비축량은 15.8만톤이고, 96년 기말비축량은 31.6만톤이다.

⑸ 북한으로 도입된 식량과 도입될 식량이 시기별로 파악되어야 한다.
① 지원시기 : 연평균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체흐름을 보면, 구간구간별로 식량재고가 없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이때는 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것이 문제이다.
② 지원물량 : 약속은 많이 하지만, 실재로 언제 얼마나 북한으로 도입되었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중에 식량으로 도입된 것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도입물량이 모두 식량으로 도입된 것은 아니다.
③ 조-중무역 : 96년 11월부터 97년 6월까지 중국과 상거래로 수입한 물량이 41.6만톤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97년 10월말까지 약 10만톤을 더 수입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중무역을 통해서 50만톤이상의 식량을 수입할만한 경제력이 되는 가도 평가해 보아야 한다.


4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한 6월말 현재 북한의 식량현황

지금까지 사용된 자료와 분석과정에서 나타난 몇가지 의문사항을 보완하고, 배급기준 452g(WFP기준), 570g(남한정부), 600g(UN최소권고치)별로 현재 북한의 식량현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5. 97년 6월이후 북한의 식량상황에 대한 결론

위의 (표8)의 결과를 보면 97년 10월말까지, 북한은 최소 92.5만톤에서 최대 237.8만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본다면 97년 6월 WFP 특별보고서에서도 보고된 것처럼, 이미 북한 전역에서 정상적인 배급은 중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정부산출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한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 분석보고서에 제기한 문제점이 타당하다면 정부의 분석보고서는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


III. 결론

이상의 분석결과에서 수치적으로 나타나 있지만,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식량난으로 인한 대량아사위기는 상당히 심각한 정도로 진행되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북한의 대량아사기아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1. 현재 북한의 대량아사위기에 대한 총체적 분석

북한에서는 이미 대량아사가 진행되었거나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북한의 평균 사망율보다 높아진 사망률만큼을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량아사의 징후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가지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식량의 절대량 부족
위의 (표7)의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최소 92.5만톤에서 최대 237.8만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배급기준이 이디오피아나 르완다에서 적용되고 있는 UN권고치 600g-800g보다 적은 450g - 560g에서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배상의 어떠한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절대량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량아사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⑵ 식량의 분배의 효율성 문제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식량의 양과 관계없이, 수송수단이나 분배지역의 편중으로 설사 배급할 식량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식량배급이 되지 않는 곳이 있다. 즉 보유식량의 양과 관계없이 분배상의 문제만으로도 아사가 발생하고 있다.

1) 식량수송과정의 어려움 : 몇 년간 계속된 자연재해로 사회기간시설(도로, 철로, 교량 등)의 파괴와 에너지부족으로 인한 식량수송과정의 문제가 심각하다. 서너시간이면 충분히 갈수 있는 거리가 1주일 이상씩 걸린다고 한다.
2) 지원식량의 서쪽집중 : 많은 국제구호기구들이 북한의 홍수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활동을 벌리기 때문에 원조식량들이 주로 서쪽지방에 집중되어 배분되고 있다. 가뜩이나 교통이 불편한 동쪽지역은 2중3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삼수갑산이라 불리우는 자강도, 양강도의 상황은 인구의 20-30%이상이 죽었다는 최악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 동쪽지방으로 식량이 지원되고 있지만, 그 양은 그리 많지않는 상태이다.

⑶ 영양부족으로 인한 신체저항력 약화
지속된 기아는 영양상태의 부실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고, 이로인해 병원체에 대한 신체저항력의 저하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성장발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15만명 이상의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인하여 죽었다고 발표가 난 적도 있다.

2.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전망

우리가 북한의 식량상황을 어떤 수치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하더라도 현재 북한에서는 대량아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북한정권의 실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정권만을 탓하며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두 국가정부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모두가 같은 핏줄을 나눈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임을 부정하는 집단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같은 민족인 남한의 도움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해결된다면, 북한동포들이 과연 우리를 같은 민족으로 생각이나 할 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죽기살기로 싸우더라도 같은 민족이니깐 민족통일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인데, 만약 남북한 동포들이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지워져 버린다면 우리민족은 영원히 갈라져 사무치는 원한으로 적대하게 될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둘 사이에 같은 핏줄, 같은 형제,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없어져 버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아마도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이 아니라, 21세기 위대한 통일조국도 없으며, 세계사에 주체로 등장하는 것도 없으며, 세세생생토록 남북대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큰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북한의 식량난과 대량아사위기의 상황은 단순히 사람이 굶어죽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민족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찰해야 한다.
한국전쟁후 맺혀있던 골깊은 불신과 적대감정이 한쪽이 굶어죽어감으로써 풀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끝까지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힘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있다. 대량아사는 진행되고 있고, 북한내부는 밑으로부터 서서히 체제의 변화기운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장마당이 생기고 빈부격차가 생기고 시장이 돌아가는 체험을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운이 있을 때,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의 지원으로 이루어 진다면 앞으로 민족통일에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도 하나이고, 우리가 선택할 길도 하나이다. 이제 인도주의 차원뿐만아니라, 민족사의 대전환기에 서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모든 민족의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외교적 성과도 이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국가나 민족의 앞날에 엄청난 해를 입히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비극과 민족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한낫 우스개거리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바로 이순간 우리의 선택과 노력이 민족의 앞날을 결정하는 순간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등록일 : 200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