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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정책] 북한동포돕기운동의 당면과제 및 향후방향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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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동포돕기 사회각계인사 간담회
북한동포돕기운동의 당면과제 및 향후방향

최창무/상임대표

1. 서 론

북한동포들의 식량위기는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 추수가 최소 백만톤 이상 감산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WFP는 올해 최악의 식량위기가 6월말이라 주장하였으나 내년은 3월이면 식량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계속되는 식량위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황장엽, DMZ에서의 총격사건, 장승길 대사 형제 망명 등의 북풍과 우리정부의 식량위기 축소표현으로 대북지원운동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의 식량위기의 해결은 민간운동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함을 안다. 우리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돕기 민간운동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침체에 빠진 북한동포돕기운동의 현상황과 과정을 점검하고, 운동의 당면과제와 새로운 방향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 간담회를 갖게 되었다.

2. 북한 식량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 북한에 도입했거나 도입할 식량은 약 170만톤에 이르러 긴급한 식량위기는 넘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8월 8일자)에 의하면 정부는 󰡒7월말 현재까지 북한이 지원받거나 사들인 식량은 총 96만톤에 이르며, 8월 이후 반입량은 69만톤󰡓에 달해 󰡒북한이 지난해 자체 생산한 300만톤을 합하면, 이는 북한주민 1인당 643g을 배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혀 식량위기가 해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NGO나 외국 언론들은 오히려 북한의 식량위기가 더욱 심각해졌음을 경고하고 즉각적인 식량지원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의 CNN방송은 지난 8월 13, 14일 양일간에 걸쳐 기아로 피골이 상접한 어린이들 모습등 북한의 참상을 전하면서 󰡒1인당 하루평균 150~200g정도를 배급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100g도 채 배급되지 않아 필요한 하루 칼로리의 1/7밖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난해 홍수와 올해 가뭄피해로 인해 지금부터 가을 수확기까지 우선 80만톤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하였다.
일본 마이니찌 신문도 독일의 정부계 구호기관인 󰡐세계기근구호󰡑가 지난 7월 황해남도를 3주간 시찰한 뒤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기아상태가 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에 필적하는 참상󰡓이라며 󰡒탁아소의 어린이 사망률이 연간 10%를 넘었고, 초등학교의 결석률도 10%이상이며 학생들의 발육이 저조해 13살 어린이가 6살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가뭄피해가 극심한 동북부 산간내륙의 일부지방을 아예 단념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을 격리시켜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캐나다 곡물은행과 홍콩 카리타스 대표단의 방북보고서(7월 8일~15일)는 방문지역인 희천군, 안변군, 고산군, 원산군 등지의 어린아이들은 적어도 20%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부종, 단백열량부족증, 중증 소진, 철분과 비타민결핍증 등의 증세를 보이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7월 현재 지원식량은 당초 계획의 1/3에 지나지 않다고 분석하고, WFP의 통계에 근거하여 추수전까지 약 80만톤의 추가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상청은 󰡒올 여름(6월 1일~8월 20일) 북한지역의 강수량은 평균 230mm로 평년의 43%인 반면 기온이 높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가을에도 이러한 가뭄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3. 북한 식량위기의 몇가지 특징

1) 전국토, 전국민적 기아
CNN 방송 조던 사장은 󰡒현재 북한의 기아는 이디오피아나 아프리카 일부 나라에서 발생한 국지적 기아 현상과는 달리 전국토, 전국민이 기아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식량수급 현황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온 국제기구 대표들이 한결같이 1인당 하루 평균 배급량이 100~200g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점, 올 추수까지 80만톤 이상의 곡물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 80만톤의 부족분은 수년간 누적된 식량부족으로 인하여 일상적인 부족량 80만톤과 산술적으로 비교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북한 동북부 지방의 식량배급 포기
가뭄피해가 가장 극심한 동북부 산간내륙의 일부지방을 식량배급대상에서 제외했을 뿐만아니라 아예 이들지역을 격리시켜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보도했다. 북한정부는 이들을 도울 능력도 없고 외부세계가 이같은 자신들의 수치를 목격하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조선족도 양강도, 자강도, 함경남북도 등의 산간내륙지방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식량배급이 끊겼으며 식량공급이 없으므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는 최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나온 군수 등 북한관리들을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다.

3) 유랑민 급증
일본 〈지지통신〉은 북한주민들이 식량을 찾아 도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주한 지방주민이 10%이상이나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식량사정이 가장 좋은 평양의 경우에는 인구가 2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동북부 변방지역의 경우에는 󰡒북한 전역에서 식량을 구하러 H시로 몰려왔으나, H시에서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자 거지가 되었다가 굶어죽고, 일부는 강을 건너다 빠져 죽고 강을 건넌 사람중에는 산속에 숨어살기도 하며, 또 거기서도 굶어죽고 일부는 발각되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보내지고 있다. 산속에 숨은 사람은 중국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일부는 성폭행, 인신매매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남양에는 지금도 가족을 찾아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500여명 정도나 된다󰡓고 최근 보고된 압록강․두만강 접경지역 답사보고서에서 그 참상을 전하고 있다.

4) 부익부 빈익빈 현상
북-중 국경지역 곳곳에서 확인되는 바로는 식량의 공공배급체계(PDS)가 중단되고 장마당을 통한 소위 시장경제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민은 장마당에 식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 현상은 공공배급제도에서 배제된 동북부지역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는데, 이제까지는 식량의 절대량 부족이 기아의 근본이유였지만 앞으로는 식량의 절대량 부족을 해소시킨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인해 기아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기존의 대북지원 방식의 유효성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즉,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공공배급체계를 통한 분배가 공평하고 효율적이겠지만 소규모의 민간차원의 지원은 시장의 도입으로 인해 소외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한 상황이 대두하고 있다.

4. 그간 대북 지원과정상의 몇가지 문제점

1) 대한적십자사로의 창구일원화
지난 5월 남북 적십자회담의 타결로 지정기탁제 가능 등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이루어지던 대북지원이 남북적십자간의 직접 대화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에 있어서 대한적십자사로의 창구일원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운동의 과열화 및 대북지원 과정상의 혼란을 막고 체계적인 대북지원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적십자사로의 창구단일화는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 심각한 약점을 노출하면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다.
첫째, 지원식량의 배급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의 문제이다. 지원식량 배급의 투명성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급과정 및 체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적십자를 통해 지원되는 물량의 모니터링은 그동안 1인의 북한주재 국제적십자연맹 요원이 맡아왔다. 또한 신의주, 만포, 남양으로 들어간 1차 지원분 5만톤의 식량 배급실태 조사를 1인의 국제적십자 요원이 맡아 진행한 것이다. 교통사정도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국제적십자 요원 한명이 3개 경로로 들어간 물량을 전부 실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WFP의 경우 현재 15명의 모니터링 요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헬기까지 동원하여 오지까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현재 15명인 모니터링 요원을 60~70명 선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지난 6월 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Musgrove II에 참석한 WFP의 평양사무소장 에릭 와인가트너와 마이클 로스는 사전협의만 이루어 진다면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물량 분배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캐나다 곡물은행과 홍콩 카리타스도 그들이 지원한 캐나다산 밀가루에 대한 배급상황도 강원도에서 창고와 공공배급센터를 통해 운반되고 배분되는 것을 추적할 수 있었으며, 지난 7월 8~15일 사이에 방북대표단이 방문한 모든 가정에서 캐나다산 밀가루를 확인함으로써 분배의 투명성을 확인한 바 있다. 유진벨재단과 미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원한 식량도 대표단이 직접 분배과정에 참가함으로써 분배의 투명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물량의 경우 적십자사로의 창구단일화 때문에 분배과정의 모니터링을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할 수밖에 없어 언제, 어떻게, 얼만큼씩 주민들에게 분배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한적십자사도 1차지원분 5만톤 중 도단위로 지정기탁한 물량 2만톤은 분배내역이 파악되고 있으나 3만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적십자사로 지원된 물량은 대부분 중앙정부로 귀속된다고 한다. 즉 지역별로 지정기탁을 하더라도 지원물량 관할권이 중앙정부에 귀속되기 때문에 지정기탁지역에 분배되는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배급체계에서 제외된 지역(함남북)의 관리들은 적십자사로의 지원은 중앙정부로 직행하여 한톨도 구경할 수 없다며, 직접 전달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 위의 이유로 인하여 대북 지원물량의 군량미로의 전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군량미로의 전용문제는 남한국민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식량지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군량미를 대주어야 하느냐󰡓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또 비록 오보이기는 했지만 북한군인들이 구호식량을 탈취했다는 기사로 북한동포 돕기운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오보로 확인되었음에도 그 영향은 오래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민간 대북지원의 자율화는 과열화 및 혼란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기우이다. 인도적 대북지원은 인명구조에서 나아가 남북간의 신뢰 및 민족의 동질성 회복의 견인차로 민족사적 의미가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 현재 문제는 대규모 북한동포의 아사위기에도 불구하고 운동이 오히려 지지부진한 점이 문제이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이 지원방식과 창구, 자격과 기준에 관해 충분히 협의한다면 오히려 민간의 역동성과 헌신성을 살림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의미있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창구단일화 논리 고집은 대북지원사업에서 별다른 실익이 없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창구일원화 논리를 고수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의 이해에 근거한 것이라 할 것이다.

2) 지정기탁제
제2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지정기탁제를 합의한 것은 그간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십분 이해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남한의 실향민들이 자기 고향에,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친지, 이웃들에게 식량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고무받을 일이었다. 물론 개인단위까지 지정기탁할 수 있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는 거의 북한과의 자유왕래가 이루어졌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정기탁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에서 제기했듯이 지원식량 배급과정의 철저한 모니터링만이 그 전제인데 그것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지정기탁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실향민이 군단위에 1,000톤이상을 지정기탁해야 하는 조건에서 자기 고향에 친지와 이웃들에게 지정기탁을 하였는데,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면 지정기탁은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 것 이다. 특히 어렵다고 하는 지역을 선정하여 지정기탁을 실시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고민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십자 및 통일원이 시․군단위는 실제 지정기탁이 안되므로 도단위 차원에서 지정기탁하라, 또 종교단체나 지방정부(즉 행정경제위원회)로 지정기탁하면 국제적십자연맹의 모니터링이 불가하므로 북한적십자사로 지정해달라는 것은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실효성이 없는 주장이므로 문제의 진실한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정기탁의 방식과 절차, 이에 대한 모니터링 방식 등 지정기탁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3) 식량 이외의 품목 다양화 문제
북한주민들이 봉착한 위기는 단순히 식량만의 위기가 아니다. 굶주림으로 인한 영양 결핍, 이로 인한 노동 생산성의 저하, 질병의 발생, 농업, 중공업 등 경제전반의 몰락, 이로 인한 사회의 총체적인 위기이다. 따라서 북한동포돕기 운동은 단순히 식량에 국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때문에 의약품, 비료등 농자재, 의류 신발 등 다양한 생활필수품의 지원이 긴요하다. 특히 공장의 전면적 가동중단하에 맞이하는 올 겨울은 북한 주민에겐 그 어느때보다 참혹한 죽음의 계절일 것이다. 겨울나는 데 필요한 내의와 외투 등 의류, 신발, 모포 등 물품의 지원은 식량, 의약품 못지 않게 중요한 긴급 구호품목이다.
그런데 지난 7월 23일 제3차 적십자 회담에서 합의한 대북 지원품목에서 의류, 의약품, 비료 등은 시기적으로 매우 절박하였음에도 불고하고 제외되었다. 이는 물론 주민들의 절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명분과 체면을 앞세운 북한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대한적십자사가 지원품목의 확대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이 국제적십자사에 지원요청한 물품 중 옷, 의약품, 모포, 비료 등이 모두 포함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들 품목은 대북지원품목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비료나 의약품, 의류 등의 지원이 때를 놓친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의약품의 경우는 더 말할나위가 없으며, 비료의 경우에도 적기에 뿌려진다면 7~10배 이상을 증산할 수 있어 작은 비용으로 많은 식량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4) 대북지원에 관한 한국정부의 태도
그동안 정부가 대북지원에 대해 취해온 태도는 지극히 소극적이거나 규제일변도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동포의 참상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이 대북지원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국내 민간단체들의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규제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포애와 인도주의에 기초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운동에 대해 󰡒기부금품모금금지법󰡓을 근거로 가두모금을 금지한 것과 모금운동에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과 언론의 참여를 불허한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동포들을 아사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운동이 전국민적으로 확산되자 이를 묵인해 주고 대북지원 창구를 대한적십자사로 단일화한 것이 정부가 한 전부였다. 남북적십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남북간에 직접 이루어진 1,2차 대북식량지원도 결국 정부의 각종 규제속에서 어렵게 마련한 국민성금만으로 충당한 것에서도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국제기구를 통한 1,000만달러 상당의 식량과 농업용자재도 100만인 서명운동 등 각계의 지속적인 요청과 국제여론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북한동포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정부가 북한의 식량위기에 대해 이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4자회담 성사에 지나치게 얽메여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북한 동포들의 식량위기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정략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 민간차원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남북 정부간 대화가 차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 또는 소극적 대처가 아니라 민간차원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얼어붙은 현재의 남북관계상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못할지라도 이를 풀 수 있는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운동은 규제가 아니라 적극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북한동포들을 식량 등 당면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관계는 급속하게 개선될 것이다.

5. 북한동포돕기 운동의 향후 과제와 방향

북한의 식량위기는 여전히 곡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가뭄, 해일 등 천재지변으로 심각하게 타격을 받은 올해의 농산물 작황으로 볼 때 내년의 식량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동포돕기 민간운동은 한계에 와 있다. 민간운동이 이렇게 된 데는 황장엽 망명과 망명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전쟁위기설, DMZ에서의 포격사건, 한국정부의 북한식량 위기 해소 주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동포들을 餓死의 위기로부터 구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아래와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1)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대북지원에 사용하도록 한다.
남북교류협력 기금은 말그대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남북관계의 특성상 유사시에 대비하여 조성하고 있는 기금이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사용된 예는 지난 95년 15만톤의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데 약 2,200여억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쓸 때이다.
지금 현재 남아 있는 기금은 약 3,400여 억원이다. 이 기금을 옥수수로 환산하면 200여만톤에 해당한다. 북한동포들의 식량난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 기금을 북한동포들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쓰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4자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북한동포들에게 정부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기는 지금까지의 정부태도로 볼 때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은 국회차원의 결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50만톤 이상의 대규모 식량을 북한동포들에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결의안을 통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대북 식량지원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시기 북한동포들의 식량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관건은 바로 남북교류 협력기금을 대북식량지원사업에 쓰도록 하는 범국민적 캠페인을 전개하는 일이다.

2) 겨울나기 사랑의 옷보내기 운동을 전개한다.
북한동포들에게 있어서 겨울은 가장 고통스런 계절이다. 등 따듯하고 배부르면 걱정이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북한동포들에게는 배부르게 먹을 식량은커녕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몸한번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난방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옷, 의약품, 담요, 신발, 양말 등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북한동포돕기운동은 북한동포들이 겨울을 날수 있는 품목을 지원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식량지원을 위한 성금모금 운동이 침체된 상황에서 겨울나기 물품지원운동은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운동으로 대북지원운동을 다시 한번 뜨겁게 지필 수 있는 운동이다.

3) 적십자를 포함하여 WFP 등 국제기구를 포함한 창구다원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적십자사로의 창구일원화만으로는 더 이상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국제적십자연맹이 지원한 대북지원 물량의 경우 남한의 민간단체가 모금한 것으로 이 물량에서 국제적십자연맹이 쿼터량을 산출함으로써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국제지원물량의 감소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적십자사를 포함하여 WFP, 카나다 곡물은행, 유니세프, 홍콩 카리타스 등 여러 국제기구를 통하는 것과 북-중국경지역의 경우 직접전달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즉 민간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적십자 이외의 다양한 채널도 마련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 장려할 상황이라고 믿는다.


등록일 : 200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