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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보도,성명서] 현시국에 관한 성명 (97.2.12)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03-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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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동법 및 안기부법의 날치기 국회통과로 야기된 충격과 정국의 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터져나온 한보철강부도사건은 건국이래 최대의 금융특혜비리의 필연적 산물로 나라전체가 심각한 충격과 의혹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한보사태는 특별히 현정부의 통치행태에 대한 국민의 깊은 실망 및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 그리고 최근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도 한데 맞물려 우리 국민을 분노와 허탈로 몰아놓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난 날의 낡은 정치와 관행, 부패와 부정, 무책임과 독선을 청산하고 지금의 위기적 상황을 새로운 정치,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미봉책과 봉합으로 적당히 위기를 모면하려하다가 급기야 혼란과 무질서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모든 왜곡과 파행의 근본적인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고 봅니다. 한보에 대한 불법금융거래를 감시할 관계당국이 감독권을 올바로 행사하지 못하고 또한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들을 통하여 문제를 바르게 제기하지 못한데 대하여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개혁의 불철저함 내지는 개혁의 후퇴로 인해 집권초기의 임시한 의지가 퇴색하고 다시 과거와 같은 권력형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대하여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대통령이 국민의 올바른 소리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주변의 정치환경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하겠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 스스로가 마음을 비워 정권재창출에 연연하지 말고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애국적 결단을 하여줄 것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제일 먼저 이번 한보철강과 관련된 금융특혜비리에 대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와 철저한 발본색원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가 약한 검찰이 과연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인지에 대하여 모든 국민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5조원의 금융특혜를 가능케한 외압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여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노동법 등의 날치기통과와 한보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구정치적인 행태와 관행이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아울러 대통령의 주변이 깨끗이 정리되어 국민의 목소리가 여과없이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구정치와 단결하고 새정치를 이룩하지 않고서는 경제살리기도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낡은 과거를 철저히 청산하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꿈, 새로운 이상이 펼쳐질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근절하고 낡은 정치를 개혁하여햐 합니다. 낡은 정치관행의 청산을 위해서도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전면 재심의되어야 하고 부정부패방지법의 제정, 정치자금법의 개정, 정체제도의 개혁, 기업의 정치자금제공 금지, 금융실명제의 보완 들을 통해 금권정치 타파를 위한 비상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금융자율화와 관치금융의 청산 등 금융 개혁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금융특혜비리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김대중, 김종필 총재를 위시한 야당정치인에게도 고언을 들지 고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낡은 정치관행과 행태라는 점에서 볼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야당도 여당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입니다. 따라서 일부 야당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사정작업을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말고, 야당도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여야는 다같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전투구식 소모적 정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낡은 정치행태와 단절하고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위기에 놓여있는 나라와 경제를 구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민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이 뒤에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권이나 경제계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국민스스로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특별히 지금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낡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한 국민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한 범국민적 근검절약운동, 생활개혁운동, 국민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신뢰회복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켜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어려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계, 시민운동 등 사회 각계가 연합해서 나라를 살리기 위한 운동을 일으켜 줄 것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1997년 2월 12일

학계 : 고건 (명지대 총장), 강만길(고려대 교수). 김성훈(중앙대 교수), 김신일(서울대 교수), 김영래(아주대 교수), 김용준)고려대 명예교수), 김일수(고려대 교수), 노명식(경희대 교수), 백낙환(인제대 총장), 유대천(서강대 교수), 이근식(서울시립대 교수), 이삼열(숭실대 교수), 이상희(상지대 이사장), 조요한 (전 숭실대 총장), 조장현(한양댜 교수), 한완상(방송대 총장)

여성 : 박영숙(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손봉숙(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신혜수(한국여성의 전화 대표), 이정자(전문직여성클럽 한국 회장), 이효재, 지은희(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사회운동 : 강문규(아시아시민사회운동연구원 원장), 김종림(흥사단 이사장), 김지길(공동체의식개혁국민운동협의회 회장), 서경석(<민족돕기>집행위원장), 서영훈(<민족돕기>상임대표), 손봉호(전국 YMCA 총무), 이윤구(전 선명회 회장), 원경선(갈릴리 교회 목사), 전제현(남강문화재단 상임이사), 최 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법조 : 김성남(대한변협 사무총장), 김창국(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돈영(전 조선대 총장 변호사), 이세중(전 대한변협 회장), 최영도(민변 회장), 한성혜 변호사

언론 : 김명철 목사, 김관석 목사, 안병찬(전 성공회 주교), 김준곤(CCC총재), 최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박상중(전 기사연 원장), 박병규 목사, 홍순우(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불교 : 강석주(칠보사 주지), 김월서(전 불국사 교정원장), 법륜(불교환경교육원 원장), 방지하(승가대 학장), 송월주(조계종 총무원장), 이홍파(관음종 총무원장),

천주교 : 김수환 추기경, 윤굥희(광주대교구 대주교), 김옥균(서울대교수 주교), 최창무(천주교 사회사목담당 주교), 김묭은신부(연희동 성당 주임신부), 오태순 신부(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회장), 유덕희(천주교 평신도협의회 회장)

민족종교 : 김재중(천도교 교령), 조정근(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성균장 관장)

문화예술 : 고은(시인), 김지하(시인), 박완서(소설가), 백작정(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유현무(영화감독), 이호철(소설가), 송기숙(전남대 교수), 차범석(극작가)



등록일 : 200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