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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11) 신경림 대표, "남북 보건의료 분야 협력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1-09-13 13:25
조회/Views
2435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북협력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민간단체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창립 25주년인 올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되살리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열한 번째 인터뷰 자리에 모신 분은 신경림 공동대표입니다. 신경림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38대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신경림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8월 말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 대한간호협회가 2년 후 100주년을 맞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간호협회 100주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간호사는 환자 곁을 24시간 지키는 유일한 의료인입니다. 1908년 보구여관, 그러니까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에서 간호사 2명이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협회가 만들어진 것은 1923년으로, 당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간호사들과 국내 간호사들이 힘을 모아 조선간호부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내후년이면 창립 100주년이 됩니다. 간호 초창기인 일제 강점기만 해도 간호사는 여성만 할 수 있는 직업이었고, 남의 몸을 만지는 직업이라고 홀대받아 간호사들과는 결혼조차 꺼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성을 가진 직업 의료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그동안 46만 명이 배출돼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간호사가 많은 국가이고, 세계간호사회장도 배출한 간호 선진국입니다.

간호사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위해 가장 먼저 앞장서 헌신했습니다. 독립운동에 참여한 간호사를 필두로 6.25전쟁 참전 간호사에 이어 독일로 간호사들이 파견돼 우리나라 경제부흥의 밀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감염대란 속에서도 의료현장을 꿋꿋하게 지키며 국민들의 신뢰받는 의료인으로, 국난극복 DNA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독립 간호법 제정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핵심 공약 사항이기도 했는데요, 간호법의 주요 내용과 지금까지의 경과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100년이 넘는 간호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 독립된 간호법이 없으며, 간호사의 업무는 의료법에 묶여 있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현행 의료법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의료인들을 강제로 징집하기 위해 관련 법규들을 통합해 만든 조선의료령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광복한 지 76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일제가 ‘전쟁 동원용’으로 만든 식민지 시대의 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겠습니까?

현재 간호사들의 활동 무대는 의료기관 만이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 요양 시설, 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교정 기관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해 간호업무 범위를 확정하고 간호전문 인력 양성 및 수급,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여야의원 3명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고, 8월24일에 공청회를 마친 상태입니다.

-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의료인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간호사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작년과 올해 간호사들의 활약상을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산은 간호사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갖고 있는 사명감과 헌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돋보였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구와 경북 지역은 감염환자가 폭발해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위기의 순간 전국의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모두 3,959명으로, 전국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21만 명의 약 2%나 되었습니다. 여름철 무더위에도 겨울철 혹한기에도 간호사들은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 물조차 양껏 마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유가 없어 식사를 서둘러 해야 하기 때문에 위장병을 직업병으로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간호사들은 남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일에 지쳐 사직하고 싶다는 사람이 열 명중에 여섯이 넘는 실정입니다. 간호사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지만 감염된 간호사가 지난 7월까지 모두 492명으로, 하루 평균 한 명 넘게 간호사들이 감염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작년에는 간호사의 부르튼 손 사진과 올해는 방호복을 입고 치매 할머니를 위해 화투치는 사진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면서 감염을 막기 위해 2~3겹으로 장갑을 끼면서 손이 부르튼 사진은 간호사의 노고를 알려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에 감염된 90대 치매 할머니를 위해 격리병동 간호사가 치매 요법으로 화투를 이용한 그림 맞추기를 한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환자를 대하는 우리 간호사들의 진정성과 창의적인 간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 이번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직접적인 어려움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재 간호사들은 번아웃 상태입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무려 600여일이 지나는 동안 간호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습니다. 특히 델타변이로 인한 4차 대유행 이후 환자가 하루 2,000명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환자가 많아진 만큼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 숫자도 그만큼 더 필요하고, 일의 부담이 커져 피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간호사들이 느끼는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정신 건강을 잃지 않도록 정신건강과 심리 상담을 세심하게 해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 회장님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직에 참여하신 지 2년 정도 되었는데요, 최근 남북관계가 활로를 찾지 못해 저희도 아쉬움이 큽니다. 코로나19로 남북관계 재개가 한층 더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정부나 혹은 민간에서 해야 할 일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 속담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라는 말이 있죠. 경색된 남북관계에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쳐 좀처럼 활로를 찾기 어렵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때입니다. 우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코로나는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에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남과 북은 같은 핏줄을 지닌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우리의 보건안보를 위해서라도 북쪽 주민의 건강과 보건에 도움이 되는 진단키트, 방역 용품, 의료장비 지원 등을 민간이나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민간교류 활성화 사업 아이템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간호협회 차원에서 북쪽과의 협력사업 계획을 세운 내용이 있다면 공유를 해 주시죠.

“협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통일시대를 대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고 있습니다. 2019년에 보건의료 분야 교류 및 간호체계 통합을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남북한 간호학 용어집’을 펴냈습니다. 분단된 후 70여년이 흐르면서 남북간에 간호 용어가 달라진 게 많아 의사소통은 물론 남북한 간호체계의 이질성이 커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그리고 간호사 임용도 북한은 자격증 제도이고, 우리는 면허제로 다릅니다. 우리는 203개 간호대학에서 4년제로 간호사를 양성하는데 북한은 2년제 11개 보건간부학교가 있고, 1년제 간호학교, 6개월제 간호사 양성소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는 남북이 통합된 간호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간호업무 및 면허체계 정비, 통일간호 관련 정책을 개발해 나갈 계획입니다.”

- 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남남 갈등에 대해 간호협회를 포함한 민간 단위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북에 대한 남남갈등은 쉽게 풀 수 없는 난제입니다. 그러나 통일 이전에라도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원칙을 수립한 뒤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말라리아의 경우 한때 우리나라에선 사라진 감염병으로 여겨졌지만, 얼마 전부터 휴전선 인근지역에서 발생해 남북이 공동방제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북의 영유아나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 대북협력 단체로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정부 차원의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인도주의’에 입각한 다양한 민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1996년에 설립된 이후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해 흘렸던 땀은 통일을 위한 소중한 밀알이 될 것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체의 북쪽 봉사 활동도 주선해 남북 관계 개선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 간호협회 회장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로서, 앞으로의 바람과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호협회는 하루 빨리 코로나19 종식에 앞장 서 ‘마스크없는 세상’을 국민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24시간 지키며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간호사들이 국민 건강의 파수꾼으로 역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더불어 남북간의 합의 사항이기도 하지만, 남과 북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코로나19 고립주의를 택하고 있고, 현재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로 퍼졌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추적하는 3T 정책으로 감영병 방역망을 구축했듯이 북쪽 주민들에게도 방역과 관련한 지원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는 간호 관련 정책 등을 하나씩 준비하는 등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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