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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8) 박완수 대표, "남북 평화에 기반한 한의학 분야 협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1-03-22 13:30
조회/Views
4038


"남북 평화에 기반한 한의학 분야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부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2021년 새해의 두 번째로 박완수 대표님을 찾았습니다. 박완수 대표님은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의장을 역임하셨고, 현재 가천대학교 한의학과의 교수로 계십니다. 박완수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2월 2일 오후 강남역 근처 사무실에서 진행했습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지금은 겨울방학 기간이라 매일 학교 나가면서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실험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은 비대면 수업으로 모두 전환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교수들도 학생들도 적응을 해서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 2017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여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2013년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님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남북의 교류와 협력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북측과의 의학 및 기술교류 등도 차근차근 준비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몇 차례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면서 첫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수석부회장 임기 종류 후 2017년 개인자격으로 공동대표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이른바 남측의 한의학과 북측의 고려의학이 명칭뿐 아니라, 분단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내용도 조금씩 달라져왔다고 들었습니다. 남북 한의학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 본질적으로 한의학이기에 기본 이론, 즉 환자 진단이나 치료의 기본 원리나 약제 등은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산업은 아주 많이 달라져 왔습니다. 남한에서는 양의사와 한의사가 의사 면허부터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반면, 북측의 경우 고려의학, 임상의학, 구강의학 등 의학 내에 전공만 구분되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북측의 의사면허를 갖고 있으면 양의사가 침을 놓고 한약도 처방할 수 있으며, 고려의사도 X-Ray를 촬영하거나 양약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남측과 달리 양방과 한방 간에 정확한 구분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약 제조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북측은 국가산업 차원에서 약을 일률적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액과 한약추출액 등을 섞은 ‘수침’이라는 약을 공장에서 만들곤 합니다. 이를 전국에 있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겁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현재 북측의 경제사정 상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측은 남측과 달리 의사 중심이 아니라 병원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남측에서는 전문의에 따라 병원의 전문분야가 달라지는데, 북측은 병원에 다양한 전문의가 함께 모여 있습니다. 이렇게 병원 위주의 시스템인 경우, 질병에 따른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알맞게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한의학계에서는 북측과 약초 공동재배 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현재 남측 내 한약재 공급은 이미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해오고 있습니다. 국내산이 약 30~40% 정도 되고, 해외 수입이 약 60~7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수입국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가 많고, 최근에는 파키스탄 등에서 들여오기도 합니다. 국내 약초 재배 및 생산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국내 생산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한의학계도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기후도 식생도 맞지 않는 외국의 약초를 수입하는 것보다 북측 지역에서 공동으로 재배하고 공동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또한 고려의학이 북측 의료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한의학계가 이 부분의 남북협력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제안하고 설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향후 한의학고려의학 분야에서 인적·물적 부문의 공동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한의학은 전통의학이기에 국제 컨퍼런스나 해외연수 등 외국 의료진들과 교류할 때 언어, 용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남북의 경우 일부 표현과 용어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인 소통은 해결되니,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고, 또 거리가 가까워 약초 교류나 인적왕래 등의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려의학 부문에서 북측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측은 임상의 경험이 우리보다 많습니다. 축적된 고려약, 고려의료 기술이 남측의 우수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술과 만나게 된다면 전통의학으로서의 한의학・고려의학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양측의 의학자・의료진들이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는 첫째, 의학의 변천을 추적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정리하고, 둘째, 어느 쪽 의학이 더 좋고 효율적인지를 따져야봐야 합니다. 셋째,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북측이 잘하는 것은 남측이 배우고 남측이 우수한 분야는 북측에게 알려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질환이나 약제에 따라 다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알아가고 배워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 남북 평화에 기반한 경제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바 있습니다. 남북 간 어느 분야에서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남북의 농업 분야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생태 등의 변화로 인해 미래 식량 생산문제는 남북 모두가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수재로서의 식량생산은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협력분야입니다. 남측의 발전된 농업기술과 북측의 인력을 염두에 둔 쌍방향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차이가 있는 기후와 식생을 감안한 농업, 축산, 수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상호 윈-윈이 되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광업 분야의 협력입니다. 중국, 몽골과 같은 주변국에 더 많은 광물 매장량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채굴비, 인건비,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진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면에서 매장량이 상당하다고 알려진 북측과의 광물분야의 남북경제협력은 충분한 경제성과 장래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측면에서도 남측은 상당히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에 단순한 광물 채취를 넘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경제협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인터넷 사업입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같기 때문에 이 분야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단일 온라인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컨텐츠라도 두 배의 시청자 또는 이용자 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의 새로운 부가 가치를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측은 정보화교육을 통한 수준이 상당하다고 알려있지 않습니까. 남측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있고요. 이런 서로의 강점을 잘 더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과 북에서 어떤 입장과 원칙을 갖고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인도지원, 개발협력을 포함하지만, 그 부분에 스스로를 한정짓지 말고 쌍방이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프로젝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 과 북의 이해를 조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우는 운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대적 요구에 맞게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내는 것을 상위에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북측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적대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남측정부가 그리고 남측 주민들이 북측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작년부터 시작한 평양여행학교 등도 현재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이 사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확장된다면, 청년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포맷으로 내용을 채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남북과 한반도에 걸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정보 수집 차원에서, 사전조사 차원에서 여행을 가면 어떨까요? 미리부터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 놓는 것보다 청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을 부단하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남북의 상황이 왕래도 못하는 상황에서 관광, 여행이라는 것이 분명 매력적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의 기획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저는 호기심을 넘어 실제 청년들이 북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협력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길을 안내하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앞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과 북에서 어떤 입장과 원칙을 갖고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현재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악조건으로 남북교류가 일시정지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도 아닙니다. 새롭게 출범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중미, 북중관계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지금과는 또 다른 판이 열릴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같은 시민단체는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다양한 사업과 인식개선 운동을 통해 향후 재개될 남북협력의 순간을 촉진하고 이끌어낼 수 있기는 바랍니다.
  •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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