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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화 공존의 시대, 대북지원의 새로운 방향 - 강영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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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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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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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 글은 2019. 2. 1.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발행한 [남북협회 뉴스레터 65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평화 공존의 시대, 대북지원의 새로운 방향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지난 해 2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과거 남북한 관계를 옥죄어 왔던 낡은 패러다임을 걷어 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성공 여부는 고사하고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평창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으로 세계적으로 각인되었다. 평창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과 북의 두 정상 중 어느 일방이 과거와 다른 방식, 즉 조건 없이 선의를 갖고 선물을 주었을 때 상대방도 호의를 갖고 또 다른 선물로 화답하는 열린 자세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의의 선물은 곧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아 왔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어 냈다.


지금 한반도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대전환’은 ‘탈냉전’과 ‘70년 분단체제의 해체’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의 등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전환기의 시기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대전환을 당국 간 관계개선만이 아니라 시민참여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활동이 산발적이지 않고 한반도 평화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민간 교류협력사업의 주요한 축인 대북지원 활동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민간단체와의 공식 접촉을 중단하였던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협력부가 지난 해 9월부터 활동을 재개하였다. 근 1년 4개월만의 공식 접촉에서 북측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의 합의사항을 순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도적 협력사업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대북지원 단체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하였음을 솔직히 밝힌 바 있다. 또한 제재국면에서 과연 지원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인도지원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 평가 등이 맞물려 대북지원 단체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맨 마지막으로 지원단체들과 접촉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식접촉 재개가 곧바로 대북지원 단체와의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작년 10월 이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대표단의 두 차례 방북과 세 개 단체의 독자 방북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60여 개에 이르는 북민협 회원단체들의 지원사업 재개 시점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작년 한해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총액은 65억 원에 이르지만 별도로 진행되는 유진벨재단의 지원을 제외하면 여전히 이명박 정부 시절의 평균 지원액의 4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해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당국은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고, 인도적 개발협력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산림분야 협력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 것은 지난 20년간 진행되어 온 ‘인도적 대북지원’의 별도 영역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이제부터는 공리공영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틀에서 대북지원의 영역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와도 다른 차원이다. 소위 대북지원은 문화, 예술, 체육 등의 공동행사와 같이 일반적 교류협력의 범주와는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다.


결국 대북지원 행위를 앞으로 무엇으로 명칭하든 간에 지난 20년간 남북관계의 하나의 상징이었던 ‘인도적 대북지원’이란 패러다임은 이제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종언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북지원 행위를 짓누르고 있었던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퍼주기’라는 프레임과 반대로 잘사는 우리가 못사는 북한동포를 인도적 차원에서 무조건 지원하여야 한다는 ‘동포애’라는 프레임 모두 감성적 언어였고 우리 중심의 시혜자적 관점이었다. ‘인도지원’에 대한 북한의 수용의지가 현격히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이 동포애와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잘사는’ 남한이 지원하고 ‘못사는’ 북한이 이를 수용하는 일방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접근만으로는 더 이상 대북지원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북한’에서 벗어나 ‘새로운 북한’을 상대해야 하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대북지원사업을 디자인해야 한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생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위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또한 역설적으로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가 곧바로 민간교류의 확대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낙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남북관계의 근본적 특성상 대북정책과 통일논의를 국가가 독점하는 상황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민사회가 독자적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제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대북지원이 활동이 그간의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과 전혀 별개의 프로세스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며 물자지원과 인적 교류라는 상호협력의 기본 틀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핵심은 대북지원의 방향성이다. 그간의 대북지원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었다면 앞으로의 대북지원 활동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남북한의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 이를 통해 평화공존을 증대시키는 포괄적 평화 측면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즉 앞으로 대북지원 활동의 첫 번째 방향은 ‘남북 간 격차해소와 균형발전을 통한 한반도 인도주의 공동체 실현’이 되어야 한다.


인도지원에 대한 북한의 수용의지가 현격히 약화되었지만 북한의 인도적 상황은 여전히 복합적 위기 상황(Complex emergency)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북한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인도적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남북한 주민들 간의 삶의 질의 격차도 현격하다. 인도지원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북한과 여전히 인도지원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북한,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강조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유엔 북한팀(UN HCT: UN Humanitarian Country Team)이 지난 해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 전역의 약 1,030여 만 명이 지속적인 식량 불안정과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1,030여 만 명의 취약계층 인구는 북한 인구의 41%에 이른다. 또한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 결과와 ‘세계기아지수 2017’에 따르면 북쪽 어린이 170만 명이 치명적인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고, 생후 6~23개월 어린이 중 최소 필요식을 섭취하는 비율이 2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살 미만 발육부진 아동 비율은 27.9%로 3명 중 1명이며, 량강도 지역에선 무려 3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북한 아동의 영양 상태는 과거에 비해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달성기준과는 여전히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반도 허리를 갈라놓은 휴전선의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들의 삶과 성장이 확연히 다른 지금의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미래의 주역세대인 어린이들이 서로 가속적으로 불균형하게 성장해가고 한반도 남북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현격한 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평화공동체’와 ‘한반도 신경제를 통한 경제공동체’란 구호는 자칫 공허할 수 있다. 결국 ‘격차해소와 공동발전을 통한 인도주의 공동체’가 밑받침되어야 지리적 분단뿐만 아니라 마음의 분단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대북지원 활동의 두 번째 방향성은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의 본격적 추진’이다.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활동에 회의적인 태도로 변화한 것은 그간 우리 정권의 변화에 따라 민간의 사업이 좌지우지되어 지속성과 예측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는 데 기인한다. 지난 수년간 힘과 역량을 상실해 나가는 민간단체들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예전과 같이 남측 민간단체들을 중요한 파트너로서 대우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활동이 다시 힘을 받으려면 민간차원의 활동은 남북 간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에 있어서 민·관 분리접근을 통한 민간분야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의 또 다른 핵심은 북측 수혜기관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개발협력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원국의 주인의식(Ownership)과 상호 책임성(Mutual Accountability)을 강조한 국제개발협력의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한국 시민사회는 새로운 남북관계 하에서 새로운 북한과 함께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활동의 공간을 새로이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는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개입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대북 교류협력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의 목적과 노선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은 아시아의 또 다른 경제발전 모델을 만들어 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작년 10월 이후 근 6년 만에 평양을 세 번 다녀왔다. 세 차례 방북기간 동안 경제발전에 대한 북한의 열기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도심 거리의 구호도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과학 중시, 인민중시” 일색이었다. 지금부터 북한과의 협력사업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고 변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물망 같이 촘촘한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본격적인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은 정부와 국제사회, 시민사회의 협력 하에 북미 간 협상이 원활하게 타결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 우선적일 수 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에 맞춘 정교한 지원사업, 일상에서 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류협력사업들을 상상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은 지금 당장 우리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



*원문링크 평화 공존의 시대, 대북지원의 새로운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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