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창립 20주년 특집 20: 북한의 가을 들녘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7-10-23 11:22
조회/Views
3359
[창립 20주년 특집]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20

북한의 가을 들녘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20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사진으로 보는 우리민족 이야기」의 마지막, 20번째 이야기는 북한의 가을 들녘을 보여드리면서 시작합니다.

얼마 전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면서 본 가을의 들녘은 누런 황금빛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북한의 가을 들녘도 우리가 농촌에서 보는 들녘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래에 보여드리는 사진 몇 장은 지난 2006년 9월 찍은 평양시 외곽의 강남군 당곡리 들녘입니다. 당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 농업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와 공동으로 당곡리 협동농장에서 1년간 공동으로 벼를 재배했습니다. 사진은 2006년 9월 남북 주민이 함께 한 공동 벼베기 행사에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보면 누런빛의 벌판과 벼 이삭의 무게로 고개 숙인 벼, 낫으로 벼를 베는 남과 북의 주민들, 본격적인 추수에 나선 콤바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북녘 들판의 메뚜기도 생산의 과정(?)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협력한 결과를 수확하는 당시, 남과 북의 주민들은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은 남쪽에 비해 산지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지평선이 보이는 정도의 넓은 들은 북한에선 평양 주변의 평안남도 일대와 황해남북도 일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통계청의 ‘남북한 농경지 면적 비교 표’는 전체 농경지 면적에 비해 논의 면적이 크게 좁은 북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북한의 쌀 부족 현상은 어쩌면 북한의 이런 자연 환경과도 관련돼 있습니다. 물론 북한 벼농사의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아직 많기는 하지만, 논이 남쪽에 비해 훨씬 적다는 사실을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남쪽은 쌀이 남아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다 소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으로 우리는 해마다 40여만 톤의 외미(外米)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결과 우리의 쌀 재고량은 어언 200만 톤 수준에 이릅니다. 정부의 재고미 보관비용은 10만 톤당 연간 3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남쪽은 쌀이 남아서 문제이고 북쪽은 쌀이 모자라서 힘이 듭니다.

어쩌면 이러한 쌀의 불균형이 지금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떤 사회나 국제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러저러한 상황이나 조건에서 발생하는 격차가 있고 그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단순화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쌀로 대표되는 어떤 것’에 대한 격차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격차는 군사적인 대치와 대결로는 해결되지 못합니다.

마침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가 <농민신문>에 지난 9월 22일자로 칼럼을 실었습니다. ‘한반도 위기 해소에 쌀을 활용하자’라는 제목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군사적인 대치와 대결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상호보완하는 상생관계를 만들 수도 없다. 결국 기댈 곳은 풀뿌리 수준의 사회∙경제 교류뿐이다. 쌀이 모자라는 북한, 쌀이 너무 많이 남아서 걱정인 남한이 쌀을 매개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진공 상태를 허용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고문이신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김영희 대기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탁론(卓論)’이라고 평가합니다. ‘내 평소 주장과 한 치의 차이도 없으며 현 단계 한반도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며 남한도 살고 북한도 살며 미국에도 나쁘지 않은 탁론’이라고 덧붙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 20년 동안 주장해 왔고 실현하려 했던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위기 지수가 높아졌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가을이 왔고 우리는 누런 들녘의 벼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수확된 벼를, 쌀을 나눌 때입니다. 그 작은 행위 속에 평화가 깃들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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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 10월 1일자에 실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칼럼 “쌀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 같은 것”에서 많은 내용을 가져 왔습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20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 이야기」의 본편을 이번 글로 마무리하고 10월 말에 후기 형태로 최종 정리를 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이 특집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손종도 부장

 [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부터 이어지는 특집 ‘사진으로 전하는 우리민족’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려 합니다. 남북이 처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왔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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