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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평화교육 연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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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Date
2019-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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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어린이평화축구교실과 평화축구 코리아 사업 등을 맡고 있는 댄 가즌 전문위원이 지난 1월 8일부터 19일까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북쪽) 등지에서 진행된 평화교육 연수에 다녀왔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와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의 김동진 교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위원)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평화와 통일교육 등에 관심이 많은 교수님과 초중고 선생님들이 함께 했습니다.

아일랜드는 우리에게 흔히 구교와 신교의 갈등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에 다녀온 댄 가즌 전문위원은 단지 종교 갈등으로 그곳의 갈등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종교와 더불어 아일랜드 공화국주의(구교)와 영국 연합주의(신교) 등 복합적인 갈등 양상을 보아야 한다는 게 댄 가즌 전문위원의 설명인데요, 하여튼 오랜 갈등 끝에 아일랜드는 1998년 성금요일평화협정을 맺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평화협정 이후 다양한 평화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갈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국인인 댄 가즌 전문위원 역시 아일랜드 공화국주의 지역에 갈 때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향을 떠나 이제는 한반도에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활동가로서, 댄 가즌 전문위원이 2개월 전 아일랜드 평화교육 연수, 특히 R-City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느낀 소감을 아래에 전합니다. R-City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하고 있는 민간단체 입니다. 신교도 출신 활동가와 구교도 출신 활동가가 서로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구교도와 신교도 청소년들이 친구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지역의 경계지점에 세운 카페이자 교육 공간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자이언트 코즈웨이(거인이 만든 길)의 전형적인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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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가볍게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누가 어디서 왔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 벨파스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 프로젝트 R-City에 다양한 동기들을 가진 학생들이 참여했던 것처럼, 남쪽과 북쪽의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의 동기는 얼마나 비슷할까?

공화국주의(Ardoyne)와 영국 연합주의(Shankhill) 지역을 가르는 경계에 위치한 R-City 문화센터에서 현지인들이 진행하는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보면서, 저는 똑같은 광경이 한반도에서도 그려지는 것을 상상하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1월 14일(월) 저녁, 벨파스트 흐린 하늘 아래에 약 20여 명의 학생과 자원봉사자 등이 R-City 센터 내에 모였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 속해있는지,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 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의 공통점은 분명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다 3주 뒤에 R-City가 운영하는 남아공 수학여행에 참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R-City에서 진행한 사회 통합 워크숍. 참여자들은 갈등과 분단을 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참여자들은 소통과 리더십, 협동심 함양 등을 목표로 진행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은 3번의 반복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남아공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게임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R-City 사회 통합 프로젝트 참여 동기를 질문했을 때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저쪽 사람 만나고 싶어서"라는 말보다는 "새로운 경험", "선배/친척이 추천해서", "남아공에 갈 수 있으니까", "대학에 지원할 때 이력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또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등 다양한 답변을 했습니다. 이와 같이, 가령 한반도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경우, 참여자들의 참여 동기 역시 이와 비슷하겠죠. 그렇기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직 동질성 회복만을 지향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의 인생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City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에 영국 연합주의와 공화국주의에 각각 속한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R-City 참여자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연합주의(Shankhill)와 공화국주의(Ardoyne) 지역에 위치한 조직폭력 분쟁집단들은 마약이나 공갈협박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갈등 속에서 이득을 얻는 일부 사람들은 평화적 변화에 저항합니다. 모든 갈등의 현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볼 수 있으며 이는 갈등의 악순환을 끊는 것에 있어서도 매우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의 벽(Peace Wall) 앞에  서있는 댄가즌과 R-City 설립자  알랜 와이트(Alan Waite),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위원 김동진 박사(왼쪽부터). 평화의 벽은 갈등 지역 주민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세운 장벽으로 높이가 8미터를 넘는다. 

각 지역 무장단체의 리더들은 살인도 저지르고 마약 거래 현장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두려운 존재들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려는 의지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계속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일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잦았기에 혐오감이 만연한 상황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제 서로의 동네 사람과 인연을 맺을 뿐만 아니라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이 많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낮에는 문을 통과하여 평화의 벽 반대편에 있는 지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 문은 잠긴다. 

상대방을 만나려는 용기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확인한 만큼, 한국의 평화교육 역시 그러한 용기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얼스터 방위 연합(영국연합주의) 에 속한 무장단체의 한 민병대원을 추모하는 벽화

벨파스트 지역공동체에도 칭찬할 만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시민 사회의 역할이 컸기에 정치적 협의가 중단되어도 평화 구축 과정의 동기는 지속되었습니다. 평화로 향하는 과정은 특정 사회계층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전사회적 상호 의존성에 기초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정치적인 협의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폭력을 선택하지 않게 됩니다.

 아일랜드공화국군과 공화국주의를 주장하다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비

R-City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빈곤지역의 시민들은 직접적으로 평화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권력이 많지 않더라도 그들은 본인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으며, 폭력을 지향하지 않았고, 갈등 위협이 있을 때도 평화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두 갈등 집단은 서로의 상징성(국기 등)을 완전하게 부인하지 않고, 설령 강한 거부감이 들더라도 어느 정도 상대방의 정체성을 인정하려 할 때 서로의 정체성에 관련된 주요 욕구들을 충족시키게 됩니다. 정체성 존중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들을 충족시킬 때 평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평화 과정 진전이 뚜렷했다 하더라도 공화국주의(Ardoyne)와 영국 연합주의(Shankhill) 지역에서 폭력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갈등의 그림자는 두 지역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폭력은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 문화적 폭력을 옹호하는 벽화를 통해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평화 협정 후에 조성된 어마어마한 평화 프로세스 지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적절하지 못한 사용과 낭비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이 사회적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향한 개인적 비판을 무마시키는 선에서 끝내려 하겠지만, 재원 낭비 때문에 평화 프로세스 자체가 비난을 받을 경우 평화구축 활동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평화 과정과 갈등 전환 과정을 계획함에 있어서 활동가들은 직접적 폭력뿐만 아니라 구조적 및 문화적 폭력을 제거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평화 과정에 관련된 지원 자산을 활용함에 있어 반대 측에게 비난의 명분이 되지 않도록 재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영국연합주의를 옹호하는 편에서 싸우다가 사망한 영국군을 기리는 추모 벽화

아일랜드 공화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그린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옹호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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