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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 2) 전정희 대표 "남북을 잇는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09-04 11:24
조회/Views
2871

남북을 잇는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꽉 막힌 남북관계와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은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몇 분의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첫 번째 박남수 공동대표님에 이어 전정희 공동대표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정희 대표님은 2012년부터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계시며, 농수축산신문사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이자 또 농수축산 분야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820일 오후 농수축산신문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자들의 취재도 제약이 많고, 광고도 줄어드는 등 신문사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다시 잠잠해지나 싶더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직원들이 교대근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지금 상황이 답답합니다.”


2012년부터 대표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윤여두 상임공동대표님이 오랜 지인입니다. 그 분이 함께 참여해보자고 권유를 하셨죠. 제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이라 호기심을 갖고 참여했었어요. 애석하게도 기억할만한 특별한 활동은 없었습니다. 어떤 일을 진행할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남북관계, 동북아정세, 북핵문제 등 전부 그랬습니다. 회의에 참석해서 남북관계가 어렵고, 잘 안 된다는 보고만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한반도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농수축산신문사 대표를 역임하고 계십니다. 남북 간의 농수축산 분야의 협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동대표로 참여하기 전에 북한을 다녀왔어요. 그때도 윤여두 대표님의 초청으로 2005년 평안남도 강서군에 세워진 금성동양 농기계조립생산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북한의 농사환경과 농사법도 보고, 그들의 시스템도 직접 볼 수 있었죠. 그 당시 북한의 농업은 우리의 약 70년대 수준이었습니다. 한편으로 한국은 쌀농사, 밭농사의 거의 100% 기계화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본 북한의 농민들은 농기구를 손에 들고 직접 농사를 지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하면 과정 중에 손실되는 것도 많고, 농업생산성도 떨어지고요. 이거는 트랙터 등 농기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또 기름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때 들었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북한측 관리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네(북측) 기술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 남쪽 사람들은 우리를 자꾸 무시한다”고요. 사실 국가적 농업체계나 농민들의 수준은 높아보였어요. 자부심과 열정은 말할 필요가 없었구요. 그러나 에너지가 없으니 기계화, 자동화 같은걸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런 환경이었던거죠. 그런 근본적인 게 부족했던거에요. 다만 작물들의 종자 보관이나 이런 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쪽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종자에요. 한국에는 돼지, 닭 이런 거는 토종 종자가 없어요. 전문가들은 한우 역시도 100% 한우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는 말도 해요. 돼지, 닭은 토종 종자가 없어요. 다시 말해 멸종된거에요. 북한에는 있는 거지요. 이 분야를 남북이 공동 조사를 하면 좋겠어요. 북한에 한반도 고유의 종자가 있으면 남북의 전문가들이 조사하고 관리하고 키워나가면 의미도 있고 값지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농업인들은 남북이 공동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땅이 넓어지는 거고 우리가 개발할 여지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니깐요."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어떤 관점과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전에 활발했던 남북 간의 협력사업과 경제협력 등이 꽤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북핵문제나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멈춰 버렸죠. 그게 참 아쉽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북한에 대한 지원과 교류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홍보와 인식개선 사업도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우리가 지금까지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남갈등은 더욱 첨예화되고, 세대 간의 인식격차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북한도 이제 인도지원이라는 말 쓰지 말라고 하잖아요. 형편이 괜찮아져서 더 이상의 인도지원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닐 겁니다. 앞으로의 대북지원과 협력은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되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건 충분한 것이 있고,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양쪽이 함께 더불어 잘 살자고 하는 일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쌍방이 만족하는 지원과 협력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단체로서의 조직과 활동의 위축도 큰 고민입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풀뿌리로 밑에서 올라오기보다, 위에서 만들어져 내려온 경우가 많아요. 외국하고는 좀 결이 다르죠. 외국의 시민단체는 풀뿌리에서 1페소라도 내거든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풀뿌리 조직은 아닙니다. 회원들 회비나 임원들 회비를 모아도 얼마나 되겠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것은 100% 사업비에요, 시민단체에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풀뿌리에서 후원자를 모집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하루에 차 한 잔 마시면서 1만원은 쉽게 쓰는데, 시민단체에다 월 1만원은 잘 안 씁니다. 시민단체가 독려하고 관심을 모아내야하는데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지금 당장 후원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냥 도와주세요, 이러면 안 도와줍니다. 명분과 가치가 맞아야만 기꺼이 후원금을 지출합니다. 우리의 사업이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명분 및 가치와 쌍방 거래될 수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봐야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남북관계가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슈라고 생각해서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전부 끝이에요. 전쟁은 승패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든 그 참혹함을 반복해서는 안되는거죠. 개인도 기업도 하루하루 삶이 바쁘고, 힘겨우니 시민단체에 후원금 기부를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활동을 적극 강조해서 시민들의 후원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지원 NGO로서 우리의 강조점은 어디에 있어야할까요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정체성에 대해서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조직 구성 측면에서 볼 때 느슨한 연대의 개념 같아요. 종교인, 의료계, 학계,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많은 분들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그 분들의 역할과 책임은 지금껏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무처에서도 그분들의 힘을 실로 꿰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북한과의 사업이 주춤하면서 사무처가 대표들의 활동을 만들어내지 못한 측면이 많겠지요.”


“또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니세프(UNICEF)는 세계의 어려운 아동을 돕고, 적십자사는 재해/재난에 처한 국가와 지역을 지원한다는 등 이런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그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그런 대표 이미지가 잘 안 떠오른다는 겁니다. 아동, 통일, 평화, 재해지원, 경제협력 등 많은 내용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모든 사업을 하더라도, 대표적인 사업과 대상은 분명하게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조건과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길을 여쭙습니다.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북을 잇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히말라야 정상에 가려면 처음부터 올라가야 했습니다. 도전하는 사람도 적었고, 정상을 밟는 사람은 더 적었습니다. 이후 산 중턱에 베이스캠프가 생기고, 이 베이스캠프들이 더 높은 고지에 하나둘 생겨납니다. 다시 말해 출발선이 점점 높아지는거죠. 남북 사이에도 이런 베이스캠프가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바로 베이스캠프를 짓고, 늘려가고, 또 높여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해야합니다. 한 번 만들어지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무척 편합니다. 처음에 까마득하다고 생각한 산꼭대기가, 이제는 다다를 수 있는 곳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북한 사람들의 수준이 되게 높다고 봐요, 그런데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기계를 돌려봤어야 돌릴 줄을 아는 거죠. 부족한 에너지가 채워지고, 기술이 유입되고,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 같아요. 북한 주민들이 머리가 나쁩니까, 재주가 없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건과 여건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남북이 분단 이후 두 세대 이상이 지나 간극과 격차가 상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엄청 빠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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