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조금 느려도, 친구를 기다리는 따뜻한 포옹 - 유현초 평화축구 후기 (1)

[스토리]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1-11-26 15:50
조회/Views
2575
10월 22일부터 매주 금요일, 4주간 진행되었던 2021년 하반기 유현초등학교 평화축구교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3학년의 세 학급을 대상으로 1시간씩 운영한 이번 프로그램에는 상반기에 대학생 피스메이커 과정을 수료한 코치들이 보조 강사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평화축구의 이론을 익히고 실습에 참여했던 코치들은, 실제로 어린이들을 만났을 때 어땠을까요? 강빈과 임채승,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유현초에서 10세 어린이들과 함께했다. 첫 시간 아이들이 가장 먼저 외친 말은 ‘외국인이다!’였다. 한국어를 잘 한다며 신기해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열 살 아이들은 ‘포용’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는 “포용이 뭐야? 나는 포옹인 줄 알았어,” 라며 자기들끼리 중얼거렸다. 진행자는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다 함께하는 거예요.”라고 설명하며 두 팔로 울타리를 만들어 끌어안는 듯한 자세를 취했는데, 그게 마치 포옹 같다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

이번에 만난 아이들 중에는 특히 말이 어눌하거나 표현이 서투른 친구들이 몇 있었다. 쉽게 흥분하고 약간 제멋대로인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짝을 짓는 활동이나 팀을 만들어 하는 활동이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모인다. 기존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떤 기준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누군가를 배척하고 자신의 편을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운동을 잘 하거나 쾌활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나뉘곤 한다. 아마 이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이 부분은 아직까지 진행자의 강제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조코치 역할을 맡을 때면 짝이 없거나 팀원이 부족한 곳에 머릿수를 채워 아이들과 참여자로서 함께하였다. 옆에 서서 속삭이며 규칙을 알려주고, 신나게 뛰놀고, 수다쟁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이들이 이기고 지는 것과 별개로 즐겁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4주가 지나며 아이들의 완전히 바뀐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도 조금씩 알아간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느린 친구도 있고, 조금은 제멋대로인 친구도 있지만 어쨌든 축구경기 시간에 우리는 한 팀이 되고,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3주째에는 골을 넣은 후 세레머니를 할 때 빨리 기뻐하고 싶어 하다가도 저 멀리서 달려오는 한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고, 4주째에는 활동이 느린 친구와 자발적으로 짝을 짓고 규칙을 설명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았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달라도 기다리는 따뜻한 포옹. 현재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며, 아이들이 자라서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강빈

-



처음 유현 초등학교에 가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라는 장소를 떠나온 지도, 초등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본 지도 오래되어 걱정 반 기대 반, 솔직히 말하면 ‘평화 축구 코치로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걱정 80, 기대 20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운동장이, 골대가 이렇게 작았나?’ 하는 이질감도 나의 불안에 보탬이 되어주었다. 이런 긴장감 때문에, 처음 메인 코치가 되어 하나의 게임을 운영했을 때는 아쉬운 점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계획해 두었던 것을 까먹고 말하지 않거나 그런 실수가 계속 떠올라 다음 말을 하다가 멈칫하기도 했고, 내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어색함을 아이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부끄러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실수와 부끄러움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더 좋은 평화축구교실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고민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성숙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같다. 이렇게 변화하는 내 모습과 더불어, 아이들이 평화 가치를 생각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평화축구교실을 운영하며 느꼈던 가장 큰 보람이었다. 4주라는 시간 동안 오고 간 서로에 대한 존중, 신뢰, 책임감, 평등, 포용은 어떤 아이에게는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어떤 아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이들이 평화 가치들을 생각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힐링’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나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함께 있으면 나의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유현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 임채승
전체 1,311
번호/No 제목/Title 작성자/Author 작성일/Date 조회/Views
공지사항
[알림]북민협 결의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근간인 남북 교류협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관리자 | 2024.02.27 | 조회 4045
관리자 2024.02.27 4045
공지사항
[스토리]'2024년 북한 신년 메시지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를 마치고
관리자 | 2024.01.03 | 조회 12402
관리자 2024.01.03 12402
공지사항
[알림]네이버 계정에 잠자고 있는 '콩'을 우리민족에 기부해주세요! 😀
관리자 | 2022.04.01 | 조회 24462
관리자 2022.04.01 24462
526
[스토리]관계 맺기의 시작이 긍정적이고 평화롭기를 바라며 - 의정부여중 평화축구 진행
관리자 | 2024.03.21 | 조회 311
관리자 2024.03.21 311
525
[스토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 - 김지은 인턴의 활동 후기
관리자 | 2024.02.15 | 조회 1264
관리자 2024.02.15 1264
524
[스토리]평화를 위해 사회적 의식을 확산시키는 힘 – 이예원 인턴의 활동 후기
관리자 | 2024.02.15 | 조회 875
관리자 2024.02.15 875
523
[스토리]눈이 펑펑 온 이번 겨울, 2023학년 2학기말 헌 교과서 수거 마무리!
관리자 | 2024.02.15 | 조회 892
관리자 2024.02.15 892
522
[스토리]남북교류협력의 미래, 우리민족 정책연구위원회와 함께 고민합니다
관리자 | 2024.02.05 | 조회 1200
관리자 2024.02.05 1200
521
[스토리]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법과 제도 -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 제78회 평화나눔 정책포럼 후기
관리자 | 2023.11.30 | 조회 2178
관리자 2023.11.30 2178
520
[스토리]경기도 일산을 찾은 개성탐구학교! - 개강식 및 1강 개최 소식
관리자 | 2023.09.25 | 조회 2590
관리자 2023.09.25 2590
519
[스토리]소통과 경험 나눔의 자리 … 2023 평화통일교육박람회 참여
관리자 | 2023.09.25 | 조회 2084
관리자 2023.09.25 2084
518
[스토리]'민간 남북협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정전 70년 기념 정책토론회 후기
관리자 | 2023.09.22 | 조회 2299
관리자 2023.09.22 2299
517
[스토리]“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습니다” - 우크라이나 고려인 긴급지원사업 결과 보고
관리자 | 2023.09.06 | 조회 5185
관리자 2023.09.06 5185
516
[스토리]"물과 공기가 이렇게 많이 오염되었는지 몰랐어요" - 초등학생의 '작지만 확실한 실천'
관리자 | 2023.09.06 | 조회 2652
관리자 2023.09.06 2652
515
[스토리]“군비통제(arms control)” 논의를 두려워하지 말라 - 제77회 평화나눔 정책포럼
관리자 | 2023.08.30 | 조회 1607
관리자 2023.08.30 1607
514
[스토리]한국어 선생님과 제자의 만남! 고려인 한글문화센터 수강생의 한국 방문
관리자 | 2023.08.16 | 조회 1555
관리자 2023.08.16 1555
513
[스토리]내 손으로 만드는 식물 도감! - 다산생태공원 탄소중립 체험학습 및 역사기행 후기
관리자 | 2023.08.14 | 조회 1325
관리자 2023.08.14 1325
512
[스토리]우리민족 경기지부 네모상자 강사단, 초등학생 및 학부모 대상 탄소중립 교육 진행
관리자 | 2023.08.01 | 조회 1317
관리자 2023.08.01 1317
511
[스토리]♬ 평화를 원해~ 그 어느 곳이든 다시는 전쟁 없길 바래~ 7.22(토) 평화대회 참여 후기
관리자 | 2023.07.26 | 조회 1540
관리자 2023.07.26 1540
510
[스토리]백두산 천지에 다녀왔습니다
관리자 | 2023.07.18 | 조회 1496
관리자 2023.07.18 1496
509
[스토리]경기김포교육도서관, 한글 도서 3만여 권 기증
관리자 | 2023.06.28 | 조회 1477
관리자 2023.06.28 1477
508
[스토리]“친구를 칭찬해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현초 3학년 평화축구 마무리
관리자 | 2023.06.28 | 조회 1342
관리자 2023.06.28 1342
507
[스토리]울란바토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야기하다
관리자 | 2023.06.28 | 조회 1541
관리자 2023.06.28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