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로 진행된 이번 한중 청소년 평화 이니셔티브(Korean/Chinese Youth Peace Initiative, 이하 KYPI) 프로그램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본에서 오신 한 분이 전체 중국 평화투어에 함께 했다는 점입니다. 도쿄에서 뮤지컬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비영리단체 "커먼 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주선 선생님이 바로 그 분입니다.
그의 조부모는 일제 강점기 당시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이었고, 자신 또한 초중고대학을 모두 조선학교 과정을 거쳐 조선학교에서 교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25세에 한국 국적을 얻고 미국으로 간 그는 시민배우 100명을 모아 공연하는 <어 커먼 비트(A Common Beat)>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피부색, 인종, 나이, 국적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다름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한주선 선생님은 이번 KYPI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내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간중간 학생들에게 '여러분이라면?'이라는 질문으로 그들이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여러분이 나의 할아버지라면 일본에 남을까요 아니면 조선으로 돌아갈까요?' 하는 질문에 '한번 정착했으니 일본에 남겠다' 라거나 '가족이 보고싶으니 귀국하겠다' 등 다양한 답변을 했습니다. 한주선 선생님은 재일조선인들에게 강제되었던 이러한 선택이 곧 재일조선인들의 삶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자신은 한국과 일본, 북한의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이 슬펐던 10대와 20대 시기를 보냈지만 지금은 "한국, 일본, 북조선" 세 나라를 세 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고 말하며 자신을 '조커(Joker)'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KYPI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국과 중국의 학생들은 사후 평가 설문지에서 이 부분을 가장 감명깊었던 내용이라고 꼽기도 했습니다.
"카드에 4가지 무늬가 있지만,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조커로서 역할이 있다.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좋은 조커, 마음씨 착한 조커가 되자. 어느 카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형편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조커가 되자."
한주선 선생님이 자신을 조커로 표현하면서 밝힌 스스로의 바람입니다.
** 한주선 선생님은 최근 몇 년간 매년 진행된 한일 뮤지컬 '커먼 비트'의 연출자로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습니다. 아래 한주선 선생님에 대한 언론 기사를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