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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에게 길을묻다 1) 박남수 대표 남진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 : 남쪽이 원만해지면, 북쪽도 강물을 바꿉니다.

[인터뷰]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20-08-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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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3

남진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


: 남쪽이 원만해지면, 북쪽도 강물을 바꿉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20년 하반기 꽉 막힌 남북관계와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 간의 역사적인 선언과 합의는 70여년의 분단과 갈등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지금의 한반도는 그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창립 24주년을 맞아, 창립과 운동의 취지를 다시 기억하고, 변화된 조건과 환경에 맞는 우리의 운동은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몇 분의 공동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공동대표에게 길을 묻다>를 기획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박남수 공동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남수 대표님은 창립 초기부터 천도교를 대표하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참여하고 계시고, 2010년부터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2013년부터 3년간 천도교 교령을 역임하였습니다. 인터뷰는 716일 오후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계십니까


“코로나19 시대, 이 시대에 대해서 세계인들의 생각이 제각각입니다. 사람들은 이 코로나19 정국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못합니다. 코로나19 시대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파도에 휩쓸려 갈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이 24주년을 맞았습니다. 창립 당시의 정신과 지금은 무엇이 변했고 달라졌을까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이래 24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매우 긴 시간입니다. 긴 시간동안 초심이 흔들리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24년 전 창립을 선언한 장소가 바로 이곳 천도교 대교당입니다. 천도교 대교당은 3.1운동이 일어난 본거지입니다. 또 어린이 운동의 헌장이 선포된 곳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 시민운동을 제일 먼저 시작한 곳입니다. 천도교 대교당이라고 하는 건물은 천도교에 속한 종교 건물이 아닌 대중집회 건물입니다. 24년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이곳에서 첫 시작을 선언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민이 중심이 된 범국민운동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통해 통일운동을 이끌어가자는 것입니다. 저는 창립의 의의를 여기서 찾습니다.”



작년까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 상임대표를 역임하시면서 꽤 바쁘게 일하셨습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100년이라는 상징적인 시간입니다. 또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우리는 2019년 당시 3.1운동 100주년을 허무하게 보내버렸습니다. 제국에서 민국이 된 계기가 바로 3.1운동입니다. 3.1운동이 특정 한 사람이 어떤 나라를 만들자고 했습니까? 대한제국을 다시 세우자고 했습니까? 아니면 다시 황제를 추대하자고 했어요? 그 운동은 바로 ‘이제 제국을 끝내고 민국으로 가자’라고 했던 겁니다. 그게 3.1운동 정신으로 만들어진 임시정부 헌법 제1조에 명료하게 나타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를 우리는 혁명이라고 합니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3.1운동 100년을 기념한다고 하면 오해가 많습니다. 저는 100년 전의 옛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주장했던 것은 3.1운동 100주년에 미래 10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함께 디자인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남북이 같이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저는 10년 전부터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민간에서 차근차근 준비한 마스터플랜이 정부에 간 거예요.”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합의했다. 박남수 대표는 평양공동선언 이전부터 남북 민간차원에서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기념사를 만들었고, 2019년 100주년을 맞아 남북이 같이 기념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평양공동선언에 이 내용이 담기자 그 동안 준비해왔던 남북의 주체들은 모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당시 북측에서 이 사업을 정부에서 하는거냐? 민간에서 하는거냐? 라고 물어보는데, 박남수 대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후 이 기념사업은 남북 당국간의 경색으로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박남수 대표는 우리 정부가 3.1운동의 정신인 민국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돌아보실 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활동은 어떤 부분에서 주요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의 길을 내는 것이 바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미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것이 아닌 ‘남도’ 좋을 것을 하는 게 당시 운동의 정신이었습니다. 1999년 제가 종교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그때 당시 북한 주민들이 기아와 수해로 엄청 힘들 때였습니다. 곳곳에서 참혹한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함께 방북한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 월남한 분이 많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이북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의 가족과 친척도 있을 것이다. 이에 실의에 빠진 동포들을 돕자고 남측에 내려와 호소했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이런 말들이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을 적이 아닌 힘겹게 살아가는 한반도 이북의 동포로 볼 수 있게 한 것 입니다. 이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동포돕기 등 대국민 캠페인을 잘 이끌어냈습니다. 북한을 입 밖에 꺼내기만 해도 ‘빨갱이’로 취급하던 당시 분위기에도 우리를 ‘빨갱이’라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북 인도지원 단체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진정성과 정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남과 북에서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신뢰했습니다. 이런 믿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개성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남북의 위기상황에서 현재의 공포와 불안만 갖고 이야기를 하면 문제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가을에 좀 쌀쌀하고, 겨울에 춥다고 이제 다 얼어 죽는다고 말하면 되겠습니까? 돌아오는 봄에는 꽃이 핀다고 얘기를 해야지요. 겨울을 잘 넘기고 봄을 앞당기는 것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역할입니다. 2018년에 남북 정상 간에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이 있었습니다. 북측은 남측에 남북정상 간의 합의 이행을 왜 미지근하게 하느냐고 계속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남측은 북미회담을 우선시하고 대북제재가 풀리고 나서 시작하겠다고 말하는데 북측은 이를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역사적인 정상 간 회담과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이행은 미국이 도장을 찍어줘야 하는 겁니까? 독립운동을 일본이 도장을 찍어줘야 했나요? 이런 엄동설한에서는 봄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북측이 핵을 포기하고 북미회담이 성사되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첫 기지개를 켤 때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았습니까?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에 필요한 물자지원을 하고 그 땅을 밟았습니다.”



 현 상황에서의 시민운동으로서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역할이 다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24년 전과 같은 구호는 안 됩니다. 지금은 식량 모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끝없는 갈등의 원인인 거센 울타리를 끊어야 합니다. 미국을 설득하고 결정을 끌어내야하는데, 정부가 못 나서니까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사례에서 봤듯이 안 됩니다. 국민이 주도하는 사업이라야 정부가 힘이 있지, 국민이 안 해주면 뭐가 되겠습니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금 해야 하는 시민운동은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고 또 힘을 실어주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24년 전 창립의 정신은 오롯이 기억하고 계승하되, 24년 전의 사업방식은 과감히 쇄신하고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진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쪽이 두루 원만해지면, 북쪽도 강물을 바꿉니다. 남쪽에서 남남갈등과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 노소갈등을 극복하여 큰 줄기를 이룰 때, 이러한 기운이 북쪽의 상황과 환경을 바꾸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남쪽의 기운을 모으고 함께 울타리를 건너갈 수 있는 힘을 모아내는 것이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요


“사업의 형태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초에 진행하는 통일신년음악회를 국제신년음악회로 꾸려보는 건 어떻습니까. 남북이 통일음악회를 한다고 하니 국내 호응도 적고, 예민해지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북측에는 윤이상음악연구소가 있습니다. 독일에도 있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독일 등 해외 음악인들을 초청해 함께 합주를 하는 것입니다. 남북의 문제도 남북만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들과 연대해 세계인의 문제로 격상시키는 노력이 지금은 필요할 때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일본해 표기를 막은 반크(Vank)입니다. 한일 간의 문제로 치부했다면 해결은 난망했을 겁니다. 특히 한일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려고 했다면 해결은커녕 상황 악화만 되었을 겁니다. 이를 반크가 나서서 국제사회에 옹호활동을 벌인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름 또한 24년 전의 시대정신에 기반한 단체명입니다. 이제는 우리민족 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세계인들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입니다.”



박남수 대표는 인터뷰를 정리하며 “새로운 파도가 오면, 새롭게 타고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 변화된 남북관계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철을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우리가 철부지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보자고 했다. 철 지난 사고와 방식으로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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