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겨레] 휴전선 아닌 국경선으로 인정할 때 '평화' 시작할 수 있죠

작성자/Author
관리자
작성일/Date
2018-08-02 11:52
조회/Views
669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인 최완규 원장의 한겨레신문 인터뷰 내용입니다.

 


[짬]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최완규 원장


[한겨레]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최완규 원장. 사진 박경만 선임기자

“남북문제를 중앙정부가 독점하면 정치군사적 부담이 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이익을 가름할 상황이 아니라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에 교류협력사업을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의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탈분단연구원) 최완규(68) 원장은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면 접경지역 지자체와 시민사회부문의 역할 분담이 중요해진다. 경계지역에서부터 접촉 면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에서 퇴임한 뒤 신한대 설립자석좌교수로 부임하며 연구원을 세워 초대 원장을 맡았다. 북한학 연구 40년의 원로인 그는 ‘4·27 남북 정상회담’의 원로자문단으로, 회담 전날 고양 킨텍스에서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상임 공동대표와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도 맡고 있다. 정전협정 65돌 전날인 지난 26일 신한대에서 최 원장을 만났다.

북한학·남북문제 연구 40년 ‘외길’
‘4·27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위촉
‘비핵화·평화정착’ 특별토론도 주재


“남북교류사업 지자체·민간 맡겨야”
파주·철원 등 접경지 시범농장 제안
내년 국제학술회 ‘퍼주기 논란’ 조명


“북한의 물을 사용해 벼농사를 짓는 철원 주민들은 수확한 쌀 일부를 북에 보내고 싶어합니다. 북과 토양이나 물, 기후 등 조건이 비슷한 파주·연천·철원 등 접경지역에 시범농장이나 협동농장을 만들어 씨앗·농업기술·비료·농약 등을 북에 이전하면 어떨까요?”

최 원장은 “지자체나 민간단체가 교류협력사업을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면 접촉하는 면이 넓어지고 남북 전역에 사회경제문화적 네트워크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교류·소통을 통해 화해와 평화가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 소재 대학에 연구원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최 원장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문제를 탈분단과 경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기 위해 접경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분단이란 단일국가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분단체제가 지속됨으로써 생겨나는 모순들을 먼저 해소하고, 평화공존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단으로 인한 모순 사례로 그는 국가 중심의 안보 만능주의에 따른 기본적 인권과 사상의 자유 제한, 상시적인 긴장·갈등과 전쟁 위험으로 인한 고통, 한반도 주변국들의 간섭과 의존에 따른 국가 자주권 제한,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인한 경제발전 제약 등을 꼽았다.

최 원장은 “그동안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남북이 모두 자신의 체제와 이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평화적 흡수통일론’을 중심으로 논의해왔다. 하지만 상대방의 타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흡수통일론은 남북간 불신과 긴장, 갈등, 대립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자초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이 겉으론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쪽이 사회구성원의 지지를 더 받는 국가체제나 이념인지를 다투는 정치대결이 본질”이라며 “지금처럼 국가 정체성과 체제, 이념이 다른 상태에서 협상을 통한 통일은 할 수 없으며, 북이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해 남북 모두 정치적으로 공동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생기고, 남북의 핵심 정치세력 중 어느 쪽이 집권하던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될 때 비로소 통일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경계 중 하나인 휴전선도 극복·제거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정상국가 사이의 국경선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휴전선을 제거의 대상으로 보면 남북 모두 흡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계가 계속 경직될 수밖에 없고 긴장과 갈등, 전쟁 위험도 그만큼 고조된다. 분단을 옹호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인정하면 오히려 소통과 교류협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가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그는 “우리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북으로서는 남쪽이 경쟁국가이니 우리 경제에 종속되는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일본과 관계가 개선되면 배상금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일본자본의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사실상 2국가 체제를 지향해온 북이 그동안 자주원칙과 민족주도 통일을 내세웠는데, 이번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서 처음으로 평화를 앞세운 것은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발점은 우선 북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의 ‘성금요일 평화협정’ 체결 때 미국의 중재 특사였던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은 협상 기술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라고 했어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때론 무리한 요구라도 호의를 가지고 일단 들어주면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대북협력사업을 해온 국제 엔지오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북의 언어로 협력사업을 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사업들은 모두 실패했어요.”

그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보면, 선의를 가지고 호의를 베풀었을 때 상대가 배반보다 더 큰 선물로 화답하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대북관계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이익계산이나 교환 측면에서 관계를 설정하기보다 열린 자세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탈분단연구원은 내년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과거 진보정권의 대북지원사업을 두고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이른바 ‘퍼주기’ 논란에 대해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조명에 나설 계획이다.

최 원장은 “대북정책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띠는 특수영역으로, 보수든 진보든 일방이 주도하는 정책은 탄력을 받을 수 없다. 어느 한쪽이 영광을 독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선 안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신뢰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만 선임기자 mania@hani.co.kr

원문링크